[김연명의 연금이야기①] 다단계 피라미드와 국민연금의 결정적 차이
국민연금이 '다단계 피라미드 사기'라고 주장하는 '수상한' 사회단체가 있다. 워낙 국민연금에 대한 불만이 고조되어서 그런지 이 단체의 주장에 솔깃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은 것 같다. 국민연금이 '다단계 금융 피라미드' 이기 때문에 언젠가는 파산할 것이며 그 부담은 미래의 특정세대가 뒤집어 쓸 것이라는 내용이다.
국민연금을 '다단계 금융피라미드'로 보는 것은 국민연금을 내가 낸 돈으로 내가 찾아가는 개인연금이나 개인저축으로 이해하는 것보다는 좀 더 국민연금의 본질을 잘이해한 것이다. 하지만 이것이 정답은 아니며 국민연금을 악의적으로 비방하는 매우 잘못된 비유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국민연금은 다단계 금융 피라미드와 같은 원리로 설계되어 있지만 두 제도간에는 본질적 차이가 있다. 한마디로 표현하면 국민연금은 '다단계 사기' 가 아니라 ' 다단계 연대' 제도이다.
다단계 피라미드와 국민연금의 차이
다단계 피라미드는 한국에서 사용되는 말이고 일반적으로는 다단계 피라미드식 사업을 '폰지 게임'이라고 한다. 그 유래는 찰스 폰지(1882-1949)라는 미국 사업가에서 유래되었다. 폰지는 이탈리아에서 무일푼으로 미국에 이민했다. 폰지는 머리가 좋았던 모양이다. 그는 사업에 투자하면 45일 내에 50%의 투자수익금을, 90일내에 100%의 수익금을 준다고 하여 엄청난 돈을 모아 일약 유명인이 되었다.
하지만 폰지의 수익금 지급방식은 나중에 투자한 사람의 돈을 먼저 투자한 사람에게 지급하는 돌려막기 수법이었고, 결국 폰지는 파산하고 감옥에 갔다. 그 이후에도 폰지는 유사한 사업을 벌여 또 구소되었고 말년에는 눈까지 멀어 브라질에서 비참하게 살다 죽었다고 한다. 이것이 '폰지 게임' 이라고 알려진 다단계 금융피라미드의 유래다.
폰지 게임은 별도의 수익사업 없이 신규투자자에게 돈을 걷어 기존 투자자에게 배당하는 것이다. 따라서 신규투자자가 모집되지 않으면 바로 망하게 된다. 국민연금은 다단계 금융피라미드와 원리가 비슷하다. 왜냐하면 젊은 세대가 보험료와 세금으로 노인세대를 집단적으로 부양하는 것이기 떄문이다. 일반 다단계에서는 먼저 투자한 사람과 중간에 투자한 사람 그리고 나중에 투자한 사람들이 다단계를 이루지만 국민연금에서는 할아버지세대, 부모세대, 그리고 자식세대가 다단계를 이룬다. 하지만 국민연금의 세대간 다단계는 '사기'는 아니다. 국민연금이 다단계 금융사기가 되려면 두 가지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첫째는 전쟁이나 전염병 등으로 젊은이들이 모두 죽거나 혹은 전 국민이 모두 아이를 낳지 않아 보험료와 세금을 납부할 젊은세대가 완전히 사라지게 되면 국민연금은 다단계 사기가 된다. 즉, 한반도에서 젊은이들이 다 사라지고 노인들만 남으면 그 노인들은 보험료만 내고 연금을 못 받으니 사기를 당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두 번쨰는 우리의 자식들이 노인부양을 위한 보험료와 세금의 납부를 거부해 버리는 경우다. 그러나 어느 나라 역사를 보아도 경제활동인구가 보험료와 세금 납부를 집단적으로 거부한 사례는 없다. 이것도 역시 가능성 제로에 가깝다. 따라서 국민연금은 다단계이지만 다단계 사기가 될 가능성은 거의 없는 셈이다.
다단계 부양 원리를 갖고 있는 국민연금에서 논쟁이 될 소지는 다른 두 가지이다. 하나는 초기 가입자들이 혜택을 보고 나중에 가입한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손해를 볼 수 있는 불공평한 구조의 문제다. 국민연금도 이 구조를 갖고 있다. 1988년 시작된 국민연금은 초기 가입자들이 낸 돈 보다 윌씬 많은 돈을 가져가고 나중에 가입한 사람일 수록 적게 가져간다. 그래서 젊은 사람들이 손해를 보게돼 불공평하다는 생각이 퍼져있다.
물론 현재의 젊은세대도 낸 보험료보다는 더 많은 연금을 타가기 때문에 '절대액'에서 손해를 보는 것은 아니다. 할아버지, 부모, 그리고 손자세대간에 부담과 혜택의 차이가 나는 이 구조를 일부에서는 불공평하다고 비판하지만 나는 세대간 공평성을 확보하는 정당한 구조라고 본다. 왜 그런지는 향후 글에서 자세히 설명하기로 하고 이 문제는 일단 넘어가도록 하자.
노인세대 떄문에 국민연금 거덜난다?
다른 논쟁의 소지는 노인들은 점점 많아지는데 젊은 인구가 줄어들어 후세대가 세금납부를 집단적으로 거부하지는 않지만 부담할 능력이 없어 조금만 부담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현재의 20-40대 젊은이들이 노인이 되었을 때 연금을 적게 받는 경우이다. 여기서 연금개혁에 대한 결정적인 입장 차이가 나타난다. 2060년 경에 국민연금기금이 고갈되면 미래에 경제활동을 하게 될 후세대들이 보험료와 세금을 걷어 노인들에게 연금을 주게되는데 이들의 부담이 감당이 불가능할 정도로 크냐는 것이다.
대부분의 언론과 학자들은 기금 고갈시 후세대의 부담이 너무 커서 재정적으로 감당이 불가능하니 후세대 부담을 줄여야 한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후세대 부담을 줄이는 방법은 우리의 연금을 줄이거나 우리가 보험료를 더 내는 수밖에 없다. 즉, 지금보다 연금을 더 깎아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후세대가 감당 못할 정도의 부담을 하게 된다는 후세대 부담의 과중함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객관적인 증거가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나는 후세대 부담 총량이 적다고 본다.
지금처럼 노인인구가 급증하고 출산율이 낮아지면 2050년에 우리나라 노인들은 전체 인구의 40%가 된다. 그런데 인구의 40%를 차지하는 노인들에게 2050년에 지급해야 할 국민연금 총량은 GDP 대비 5.5%로 추정하고 있다. 기초노령연금을 20만원으로 인상하고 삼성 이건희 회장을 포함한 부자들까지 모두 포함하여 전체 노인인구에게 기초노령연금을 준다해도 GDP대비 4.3%로 추정된다. 즉, 국민연금과 기초노령연금지출액을 합해서 GDP의 10%가 안 된다. 이 정도면 후세대가 감당이 불가능할까? 이게 잘 감이 안잡힌다면 다른 나라 사례를 좀 살펴보자.
유럽국가들은 2010년에 노인인구가 평균 15%일 때 연금으로 GDP의 11%를 지출했지만 나라가 망했다는 소리는 듣지 못했다. 오히려 굴곡은 있지만 인류가 지금까지 구축한 사회체제 중 가장 안정된 사회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유럽연합 보고서에 의하면 2050년 유럽국가들의 노인인구는 평균 25%정도가 되는데 이때 지출되는 연금총액은 GDP의 약 13%가 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 정도의 재정 규모는 경제성장률과 생산성 증가를 감안할 때 부담 불가능하지 않다는 것이 유럽학자들의 주된 의견이다.
따라서 한국의 노인인구가 40%가 되는 2050년에 연금총액으로 GDP의 9.8%를 지출하면 후세대 부담이 과중하고 재정이 거덜난다는 주장은매우 과장된 것이다. 앞으로 37년 뒤인 2050년에 가서야 우리나라는 노인인구 40%에게 유럽국가들이 2000년대 초반에 노인인구가 15%일 때 지출한 수준의 연금을 쓰게 되는 것이다. 즉, 앞으로 약 40년 뒤에 우리 사회가 GDP의 10%를 연금으로 지출한다는 것은 우리 손자들에게 경제적으로 큰 부담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국민연금기금이 2060년에 고갈되면 연금을 못받게 되어 국민연금이 다단계 사기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다른 글에서 필자가 썼듯이 기금이 고갈되어 연금을 못받을 것이라는 걱정은 하늘이 무너질까봐 동굴에서 살겠다고 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생각이다.
대부분의 복지국가는 적립금이 없지만 노인들에게 품위 있는 수준의 연금을 주고 있다. 가령 독일은 연금적립금이 하나 없이 노인에게 다 연금을 주고 있다. 2000년대 후반 독일 노인인구가 20.1%로 세계 3위였을 때 독일은 GDP의 11%되는 돈을 연금으로 지출했다. 이중 약 7.5%는 국민연금 보험료로 나머지 3.5%는 세금으로 충당하였다. 그래도 독일의 노인빈공율은 10% 정도로 우리나라의 45%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낮다. 우리나라도 기금이 고갈되는 2060년을 전후하여 우리들의 손자세대들이 보험료와 조세로 우리들의 연금을 주면 된다. 앞에서 설명한 것처럼 그 부담이 크지 않고 충분히 감당할만한 수준이다.
관료와 국민들이 국민연금에 대해 진짜 걱정행 할 일은 후세대 부담이나 재정파탄이 아니다. 어떻게 하면 출산율을 높이고 경제의 생산성을 높여 부를 더 창출할 것인가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후세대 인구가 줄어들어도 생산이 높아지면 노인을 충분히 부양할 수 있다. 이것은 서구의 복지국가 역사가 보여주는 교훈이다. 현재의 생각으로 100년 뒤를 예측하는 것은 신의 영역에 도전하는 일이다.
지금부터 100년 전인 1913년을 생각해보자. 당시는 농업인구가 전체 인구의 90%를 넘었다. 하지만 지금은 농업인구가 10%도 안 되지만 쌀이 부족하지는 않다. 1912년에 조선시대 관료는 이렇게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농업인구가 10%로 줄어들면 쌀 생산량이 줄어 백성들은 다 굶어죽을 것이다(!). 그 당시로는 애국심을 가진 관료의 합리적 추론이었겠지만 지금 보면 얼마나 황당한 이야기인가? 국민연금기금 고갈 걱정 그만하고 어떻게 하면 나라를 더 부강하게 만들 것인지를 고민하는 것이 국민들의 정신 건강에도 좋고 국민연금에도 좋다.
선진국 젊은이들은 바보인가
대중적인 글에서 학술논쟁을 소개하는 것이 마땅치 않아 간략히만 적는다. 한 사회단체에서 유명한 경제학자 맨큐를 인용하면서 하버드대 경영학 교수가 미국 국민연금제도를 다단계 사기로 규정했다는 언급을 하고 있다. 이것은 한쪽의 시각이다. 그 사람보다 더 명성있는 경제학자들은 국민연금이 다단계 피라미드의 속성이 있지만 이글에서 설명한 것처럼 일반 금융피라미드와는 본질적으로 다른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정리하면 국민연금은 다단계 금융피라미드의 원리를 갖고 있지만 이것을 '다단계 사기'로 규정하는 것은 허무맹랑한 선동이다. 국민연금이 젊은 세대에 대한 금융피라미드 사기라면 젊은 세대가 거의 20%에 가까운 보험료를 내 노인에게 연금을 주고 있는 우리가 알고 있는 대부분의 선진 복지구각들은 다 사기를 치고 있는 것이다. 이게 말이 되는 이야기일까?
선진국의 젊은이들은 바보라서 앉아서 사기당하고 있단 말인가? 그들은 불만은 있을지언정 국민연금을 폐지하라고 요구하지 않는다. 선진국에서 젊은이들의 공적연금 신뢰도는 매우 높다. 내가 지금 노인들을 부양하면 나의 자식들이 나를 부양할 것이라는 믿음과 신뢰가 있기 때문이다. 유럽의 복지국가는 지금까지 인류가 이룩한 사회체제 중에 세대간, 계층간, 남녀간에 상호부조(연대)와 신뢰가 가장 잘 구축된 사회이다. 이런 사회에서 국민연금같은 제도를 통해 젊은 세대가 노인을 집단적으로 봉양하는 것을 '세대간 연대'라고 하지 '세대간 사기'라고 하지 않는다.
농업사회에서 태어나 미처 노후준비를 못한 노인들에게 젊은 사람에게 세금을 걷어 연금을 주고 노인빈곤을 없애는 것은 세대간 연대를 강화하는 일이다. 이것이 세대와 지역, 계층으로 쪼개져 양극화되어 가는 한국 사회가 추구해야될 사회통합의 방향이다.
국민연금이 '금융피라미드 사기' 라고 운운하는 것은 가당치도 않은 선동이다. 국민연금은 산업사회에서 가족이 더 이상 노인을 부양하지 못한 상황에서 노인 부양문제를 사회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만든 '합리적인 다단계 피라미드'(a rational ponzi game)이다. 인류역사상 처음으로 노인빈곤 문제를 해결한 유럽 복지국가의 역사는 국민연금같은 공적연금제도가 매우 합리적인 다단계 노인부양제도임을 증명하고 있다.
박근혜표 행복연금, 국민연금 가입자만 손해다 전화100통, 이메일200통으로 연금안 바꿀 수 있다
[김연명의 연금이야기②] '국민행복연금' 대해부... 국민연금 가입자가 '봉' 인가
지난 21일 온 나라를 들쑤시던 인수위원회의 연금 개편안이 발표됐다. 외형적으로는 모든 노인에게 연금을 다 주는 보편주의 틀을 유지하였지만 '모든 노인에게 기초연금 20만원 지급'이란 공약은 명백히 후퇴했다. 물론 똑같은 공약을 내걸었지만 집권 5년 동안 단 1원의 기초노령연금도 인상하지 않은 뻔뻔한 이명박 정부보다는 분명 진전된 내용이다.
박근혜 개편안은 수조 원을 들여 현재의 노인들에게 월 10만원의 연금을 추가로 주는 것이기 때문에 나름 노력한 흔적이 역력하다. 그러나 후한 점수는 여기까지다. 박근혜 개편안은 세대간, 연금 가입자간에 갈등을 부채질 하고 국민연금의 기반을 흔들 가능성이 농후해 졌다.
개편안이 시행되면 특히 청년층과 일하는 여성, 그리고 성실하게 국민연금을 납부한 국민에게는 명백한 불이익이 주어진다. 아마도 이들의 정치적 저항 때문에 박근혜안은 실행 가능성이 거의 없어 보인다. 원점부터 다시 논의를 해야 할 상황이다. 박근혜안이 세대간, 가입자간 어떤 이익과 불이익을 주는지 따져보자.
'국민행복연금'의 실체
우선 개편안 내용을 보면 현재 65세 이상 노인 가운데 소득이 하위 70%인 이들이 받는 기초노령연금이 기초연금으로 명칭이 바뀌고, 지급 대상자도 65세 이상 노인 전체로 확대된다. 그리고 기초연금 액수는 모든 노인에게 20만원의 정액이 지급되는 것이 아니라 국민연금 가입기간에 따라 연동되어 차등지급 된다. 이러한 내용 변화가 박근혜 인수위의 소위 국민행복연금의 핵심 내용이다.
박근혜안이 그대로 시행된다면 현재 10만원정도의 기초노령연금만 받는 65세 이상 소득 하위 70%의 노인들은 내년 7월부터 10만원이 추가되어 20만원의 기초연금을 받게 된다. 부부가 같이 사는 노인들은 약 16만원이 추가되어 32만원의 생활비를 받게 된다. 부부의 경우 1인당 10만원씩 20만원이 추가되어야 하나 20만원의 20%인 4만원을 감액하여 16만원씩 주는 것이다.(단 공무원연금 같은 특수직역연금 수급자(배우자포함)는 대상에서 제외된다.)
월 20만원이나 32만원은 결코 적은 금액이 아니다. 매달 32만원의 이자를 받으려면 이자율을 4%로 잡아도 현금 1억원을 은행에 예치해 두어야 한다. 내년 7월이면 부부 노인은 16만원을 더 받으니 국가에서 가구당 현금 5천만원을 은행에 넣어 준 것이라 비유할 수 있다. 그런데 왜 올해 7월이 아닌 내년 7월인지? 1년만 연기해도 정부로서는 수조원의 예산을 절약(!)할 수 있는 꼼수가 숨어 있다.
기초연금액 20만원은 국민연금 가입자 평균소득(소위 A값)에 따라 자동으로 인상된다. 올해 국민연금 전체 가입자의 평균소득이 200만원이면 기초연금은 이 A값의 10%인 20만원이 지급된다. 그런데 평균소득이 5%올라 210만원이 되었다면 내년에는 210만원의 10%인 21만원을 받게 된다. 연금의 실질가치를 유지시키는 이 장치는 공적연금에만 있는 것이다. 대부분의 민간연금은 이러한 물가연동장치가 없어 시간이 지날수록 연금의 가치는 하락하게 된다.
박근혜안이 시행되면 최소한 280만명 정도의 노인들이 매달 20만원 혹은 32만원을 받는다. 자식들에게 10~20만원도 받기 힘든데 노인들에게는 '복음'이 나리 수 없다. '빈 집에 황소'는 아니지만 '돼지 한 마리' 들어 온 정도는 될 것이다. 이 부분에 대해 박근혜정부를 흠잡을 이유는 없다. 잘 한 것이다. 표 몰아준 노인에게만 상을 준 것이라고 비판하지 말자. 문재인 후보가 집권했어도 이 정도는 했을 것이다.
이 정도면 젊은 세대는 우리 사회를 이 정도 먹게 살게 해 준 노인들에게 '체면치레' 정도는 한 것이다. 부모에게 매달 용돈을 드리는 40~50대 가장도 당분간 용돈을 더 안 올려도 되니 혜택을 본 것이다. 기초연금 인상은 심각한 노인빈곤을 완화시킬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동네 구멍가게나 식당의 매출액을 조금 올리는 효과도 있을 것이다. 물론 수조원이 풀리면 병의원과 약국이 가장 많은 혜택을 볼 것이다. 노인들이 인상된 연금액을 병원이나 약국에 가서 쓸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국민연금 납부자에게는 큰 상처
하지만 박근혜안은 꼬박 꼬박 보험료를 내 현재 국민연금을 받고 있는 노인들에게는 너무 나 큰 물질적, 정신적 상처를 주는 것이다. 아마도 이 점 때문에 박근혜안은 정치적으로 매장될 가능성이 높다. 성실한 세금 납부자에게 불이익을 주는 연금 개편안이 정서적, 정치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없기 때문이다.
박근혜안은 국민연금을 받고 있는 65세 이상 노인 180만명 중 소득하위 70%에 속하는 노인 모두에게 10만원을 추가적으로 주는 것이 아니라 국민연금 가입기간에 따라 차등을 두었다. 가입기간이 10년 미만인 사람은 무조건 4만원이 추가된 14만원을 받는다.
국민연금은 가입기간이 5~9년인 경우 특례노령연금을 지급하는데 이들은 135만명이며 월평균 20만원을 받고 있다. 따라서 20만원 정도의 특례노령연금과 기초노령연금 10만원을 받고 있던 노인은 내년 7월부터 4만원이 추가된 34만원을 받는다. 남편이 특례노령연금을 받는 동일한 조건의 부부노인의 경우, 남편의 특례노령연금 20만원, 남편의 기초연금 14만원(기초연금 10만원 + 가입기간에 따른 추가액 4만원), 그리고 부인의 기초연금 20만원에서 20%가 감액된 16만원을 합해 총 50만원을 받게 된다.
가입기간이 10년을 넘기면 1년당 2천원이 추가된다. 가령 국민연금 보험료 납부기간이 15년인 사람은 1만원(5년X2천원)이 추가된 5만원을 추가로 받아 15만원의 기초연금을 받는다. 20년 가입자는 6만원을 더 받아 16만원을 받는다. 대략 20만명이 14만원~16만원의 기초연금을 받을 것으로 추정된다. 국민연금은 25년 넘게 가입한 사람이 없으므로 최대 7만원만 추가된다. 국민연금에 20년 넘게 가입하여 국민연금을 받는 65세 이상 노인은 865명에 불과하다.
결국 박근혜안에 따르면 국민연금을 성실히 납부하여 현재 국민연금을 받는 65세 이상 노인은 약속한 대로 10만원이 추가된 20만원의 기초연금을 받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 4만원이 추가된 14만원을, 그리고 일부 노인만 15만원~16만원의 기초연금을 받게 되는 것이다.
이 방식은 현재 보험료를 성실히 납부하여 국민연금을 받고 있는 노인들의 입장에서 보면 참 납득하기 어려운 것이다. 보험료를 하나도 납부하지 않아도 20만원의 기초연금을 받는데 보험료를 성실히 납부했다는 이유로 4만원에서 6만원이 삭감된 14만원~16만원의 연금난 받으니 납세의무를 다했다고 생각하는 성실한 국민이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겠는가? 분노하지 않으면 이상한 일 아닌가?
성실한 국민의 입장에서는 역차별이라고 항의할 만하다. 정당한 항의다. 아마도 박근혜정부는 이렇게 말할 것이다. "그래도 당신은 국민연금이라도 받으니 좀 사정이 낫지 않냐? 재원이 한정된 상태에서 당신보다 더 어려운 사람에게 좀 더 주는 것이니 이해해 달라." 국민연금을 200~300만원 받으면 이 얘기를 수용할 수 있다. 하지만 국민연금의 1인당 평균액은 월 28만원 밖에 안된다. 국민연금을 받으나 안 받으나 어렵기는 마찬가지이다. 박근혜정부의 심정적 호소가 별 설득력이 없는 이유이다.
저소득 젊은층과 여성 불이익 심각
현재의 20대-40대 세대는 보험료 납부기간이 많이 남아있어 상당수의 사람은 20년 이상을 채울 것이다. 30년 이상 납부할 사람은 많지 않아서 박근혜안대로 하면 현재의 젊은 세대는 현재 가치로 6만원에서 8만원 정도만 추가적으로 받게 될 가능성이 높다. 박근혜안이 도입되면 젊은 세대는 상당한 불이익을 받으며 실질적으로는 연금이 삭감되는 것이다. 그 이유를 보자.
현행 기초노령연금법에는 2008년부터 국민연금 평균소득자의 5%(현재 가치로 대략10만원)에서 시작하여 2028년에는 평균소득자의 10%(현재 가치로 20만원)를 65세 이상 노인에게 지급하게 되어 있다. 따라서 앞으로 15년 뒤인 2028년부터 기초노령연금을 받을 수 있는 현재 50세 이하 청장년층은 박근혜안이 도입되지 않으면 현재 가치로 20만원이 되는 돈을 65세부터 받게 된다.
그런데 박근혜안이 시행되면 젊은 세대는 현재 가치로 20만원을 받는게 아니라 가입기간에 따라 4만~8만원이 추가된 14만원에서 18만원을 받게 된다. 즉 6만~2만원을 매달 적게 받는 불이익을 받는다. 매달 4만원을 적게 받으면 1년이면 48만원 10년이면 480만원이 된다. 65세부터 20년을 더 산다면 현재가치로 960만원을 손해보게 되는 것이다.
또 다른 문제는 현재의 50세 이하 청장년층 내부에서도 구조적 차별이 발생한다. 가입기간이 긴 사람은 대부분 노동시장 상층부에 위치한 고소득자들이다. 반대로 가입기간이 짧은 사람은 노동시장 하층에 위치한 비정규직, 영세사업장 근로자 등 저소득층과 여성들이다. 가령 정규직의 국민연금 가입률은 90%가 넘지만 비정규직의 가입률은 34%밖에 되지 않는다. 결국 국민연금 가입기간이 짧을 수밖에 없는 비정규직 등의 저소득층은 고소득층에 비해 기초연금을 적게 받게 된다.
직장 다니는 기간이 짧은 여성근로자도 상당한 불이익을 받게 된다. 2012년 말 기준으로 국민연금을 20년 이상 납부하여 완전노령연금을 받고 있는 사람 중 남성은 11만명인 반면 여성은 9868명으로 남성의 10%에 불과하다. 이처럼 박근혜안은 일하는 여성에게 불이익과 차별을 주는 것이기 때문에 경제활동 참여율을 높이는데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다. 직장을 갖지 않아 국민연금을 하나도 납부하지 않은 여성이 65세가 되면 현재가치로 20만원을 받는데 15년동안 일을 하면서 보험료를 납부한 한 여성은 15만원만 추가적으로 주는 연금제도가 경제에 긍정적으로 작용하지는 않을 것이다.
물론 현행 국민연금제도는 저소득층이 고소득층보다 상대적으로 상당히 많은 연금을 받게되어 있고, 가입기간이 길수록 연금을 많이 받기 때문에 박근혜안대로 제도가 바뀌어도 저소득 젊은층이나 여성들이 낸 보험료 보다 연금을 적게 가져가는 '원론적인' 의미의 손해는 발생하지 않으며 여전히 고소득층보다 더 유리하게 연금을 받는다(이 부분은 복잡한 설명이 필요하므로 다름 기회에 다루기로 한다). 이것이 저소득층에게 매우 유리하게 설계된 국민연금제도의 장점이기도 하다.
문제는 박근혜안이 2007년 국민연금법 개정당시 사회적으로 합의된 '2028년 이후 현재가치로 기초노령연금 20만원(국민연금 가입자 평균소득의 10%)보장' 이라는 원칙을 붕괴시켰기 때문이다. 이것이 붕괴되면 2007년에 국민연금법 개정으로 너무 삭감되어 연금이라 하기 민망한 수준의 국민연금을 보충하기 위해 만들어진 기초노령연금의 도입 취지가 사라지고 그 피해를 젊은세대가 보기 때문이다. 박근혜안이 아무리 현세대 노인들에게 선물을 준 것이라 해도 젊은 세대, 그리고 이 중에서도 저소득층과 여성들이 불이익을 받는 것이 정상적인 것은 아니다. 이대로 갈수는 없다. 고쳐야 한다.
불평하지 말고 요구하라
이 글을 읽은 젊은이들은 화가 날 것이다. 가뜩이나 젊은 세대의 연금이 깎여 온 판에 기초연금에서도 불이익을 받아 실질적으로는 연금이 삭감되니 말이다(세대간 연금수혜의 불공평 문제는 다음 기회에 자세히 다룰 것이다.) 또 탈퇴하자는 얘기가 나올판이다.
하지만, 누차 얘기하지만 국민연금은 개혁의 대상이지 파괴의 대상은 아니다. 국민연금마저 파괴되면 우리들의 노후를 책임져줄 사람은 아무도 없다. 국민연금이 아무리 안 좋아져도 저소득층에게 상대적으로 많은 연금액이 돌아가도록 설계되어 있고, 연금의 물가연동이 적용되기 때문에 민간보험보다는 노후소득보장 기능이 뛰어나다.
현행 국민연금법과 기초노령연금법에 규정된 50% 소득대체율(국민연금 40%, 기초연금10%)을 방어해 내는 것이 중요하다. 박근혜안은 상당수 노인들에게는 '행복연금'이지만 젊은 세대에게는 노후소득보장의 마지노선인 공적연금 소득대체율 50%를 실질적으로 무너트린 것인 동시에 2007년 연금개혁 시 사회적으로 합의한 원칙을 깨트린 것이다. 철회되어야 마땅하다.
공평하지 못한 연금개편안에 국민들의 관심이 필요하다. 특히 청년들은 어디에 항의를 하고 어디를 움직여야 하는지 잘 찾아보자. 애꿏은 연금관리공단 직원들에게 화풀이 하지 말고 지역구 국회의원에 전화하거나 이메일을 보내라. 100통의 전화와 200통의 이메일이면 지역구 국회의원은 움직인다.
연금 개편안은 어차피 관료와 전문가들의 손으로 해결되기 업렵다. 불평만 하지 말고 요구해야 한다. 가장 빠른 길은 자신의 지역구 정치인을 움직이는 것이다. 지역구 국회의원들에게 전화하고 이메일 보내자. 불공평한 박근혜연금안을 철회하라고!
국민연금 계산법에 담긴 비밀
[김연명의 연금이야기③] 재벌회장과 원급쟁이 납부액, 왜 똑같나
국민연금 보험료율은 9%이다. 9%가운데 근로자는 절반인 4.5%만 내며 나머지 4.5%는 사업주가 납부한다. 자영업을 하거나 고용관계가 불명확한 보험설계사, 캐디, 학습지교사 등 소위 특수형태근로자는 사업소득에서 본인이 9% 전액을 부담한다. 그런데 국민연금 보험료는 소득 상한선과 하한선이 설정되어 있어 소득 전체가 아닌 일부 소득에만 부과된다.
현재 소득 하한선은 24만원, 상한선은 389만원이다. 월소득이 24만원 이하이면 24만원을 기준으로 보험료를 부과한다. 소득이 389만원을 넘으면 389만원에 대한 보험료만 부과하고 초과분은 보험료를 부과하지 않는다. 가령 월급이 1천만원인 사람은 9%인 90만원를 내는 것이 아니라, 389만원의 9%인 35만원을 납부하는데, 이중 절반인 17만 5천원은 본인이 나머지 절반은 사용주가 납부한다. 여기에는 한 명의 예외도 없다. 월급이 수억원인 재벌도 389만원에 대한 보험료만 납부한다.
부자들 보험료 올려야 하나
국민연금 폐지를 주장하는 이상한(!) 사회단체에서 이 점을 거론한 적이 있다. 이들은 "연봉 10억원은 소득세실효세율이 33%인데 국민연금의 실효보험료율은 0.2%로 소득세보다 165배나 적게 낸다"고 부자들만 혜택을 본다고 주장한 적이 있다. 그렇다면 연금보험료의 상한선을 없애고 소득세처럼 누진율로 바꾸어 부자들의 보험료가 한달에 수천만원이 되도록 하는게 맞는 것일까? 이 점을 한번 따져 보자.
보험료에 상한선을 설정한 이유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국민연금액이 산정되는 공식을 이해해야 한다. 이 공식은 복잡해보이지만 중학교 1학년 정도면 이해할 수 있다. 그리고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자기의 연금액이 어떻게 산정되는지 정도는 알아야 한다. 그리고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자기의 연금액이 어떻게 산정되는지 정도는 알아야 한다. 이공식에는 국민연금의 매우 중요한 비밀이 담겨져 있으며, 왜 학자들이 그토록 국민연금을 옹호하는지 그 이유가 들어가 있다. 신문기사에 이런 내용을 담기는 쉽지 않지만 이 공식을 소개하지 않으면 국민연금의 특성을 도저히 설명할 수가 없다. 최대한 인내심을 갖고 한번 이해해 보자.
국민연금액 산정공식 = 1.2 X (A+B) X (1+0.05n)/12개월 | ||
고소득자, 평균소득자, 저소득자 국민연금 계산방식과 소득대체율 | ||
소득구분 |
최초 연금액 계산방식 |
자기소득(B값)에 대한 비율(소득대체율) |
고소득자 '갑' |
1.2 X (200만원+300만원) X (1+0.05X5)/12개월= |
20.8% = 62만 5천원 / 300만원 |
평균소득자 '을' |
1.2 X (200만원+200만원) X (1+0.05X5)/12개월= |
25% = 50만원 / 200만원 |
저소득자 '병' |
1.2 X (200만원+100만원) X (1+0.05X5)/12개월= |
37.5% = 37만 5천원 / 100만원 |
위 표의 국민연금액 산정공식에서 A값은 국민연금 전체 가입자의 3년간 평균소득을 의미하는데 2012년에는 189만원이었다. B값은 국민연금에 가입한 기간 동안 자기소득의 평균액을 의미한다. 가령 내가 1988년에 국민연금에 가입하여 2013년부터 연금을 받는다면 지난 25년간의 내 소득의 평균액이 B값이 된다. 물론 과거 소득은 현재가치로 환산해준다. 가령 1990년에 월급 45만원은 3.8배를 곱하여 2011년 가치로 171만원으로 환산해준다. 이렇게 현재 가치로 환산된 월급을 평균한 것이 B값이 된다. (3.8배를 곱하는 것을 재평가율이라 한다. 이는 임금상승률을 감안하여 정부가 정한다.)
n은 20년 이상을 초과하여 가입한 햇수를 의미한다. 단순화를 위해 20년 이상 가입한 햇수로 이해하자. 가령 25년을 가입하면 n값은 5가 되고 30년을 가입하면 n값이 10이 된다. 1.2는 연금액을 결정하는 상수이나 복잡하니 뒤에서 설명하기로 한다.
해당 공식을 쉽게 이해하기 위해 몇 가지 가정을 해보자 (1.2 상수값은 2028년부터 적용하되지만, 편의상 아래 예에서는 1988년부터 적용하는 것으로 했다.)
1988년 국민연금이 시작될 때부터 가입하여 2012년까지 25년동안 보험료를 납부하여 2013년부터 국민연금을 받게 되는 '갑', '을', '병' 세 사람이 있다고 하자. 이들의 지난 25년동안 평균월급(B값)이 '갑'은 300만원, '을'은 200만원, 그리고 '병'은 100만원이라고 가정하자. 즉, '갑'은 고소득층, '병'은 저소득층, 그리고 '을'은 중간소득층이다. 그리고 국민연금 전체 ㅏ입자의 3년 평균소득(A값)이 2012년에 200만원이라고 가정하자. n값은 25년을 가입했으므로 5가 된다. 위 공식대로 계산하면 위 표에서 보는 것처럼 2013년에 '갑'은 62만 5천원, '을'은 50만원, 그리고 '병'은 37만 5천원의 최초 연금액이 정해진다.
물론 최초 연금액이 정해지면 그 다음해는 물가상승율을 감안하여 연금액이 자동 인상되고 매해 인상되는 연금액이 사망시까지 지급된다. 가령 중간소득자인 '을' 이 2013년에 50만원의 최초 연금액이 정해졌는데 2013년의 물가상승율이 5%가 되면 2014년부터는 5%가 인상된 52만 5천원을 받게 된다. 그 다음해에도 물가가 인상된 만큼 연금액은 지속적으로 늘어난다. 연금의 실질가치를 유지시켜주는 이 기능은 국민연금 같은 공적연금에만 있고 민간보험에는 거의 없는 공적연금의 최대의 장점이다.
저소득층을 배려한 국민연금의 비밀
소득수준이 다른 세 사람이 받는 연금액을 비교하면 고소득자인 '갑'은 62만 5천원으로 가장 많고, 중간소득자인 병은 50만원으로 '갑'보다 적고, 저소득인 '병'은 37만 5천원으로 가장 적다. 고소득자가 보험료를 많이 냈으니 연금을 더 받아가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국민연금의 아주 중요한 비밀은 다른데 있다. 그것은 바로 세 사람의 '소득대체율'의 차이이다.
소득대체율은 자기소득의 평균액(B값)에서 연금액이 차지하는 비중이다. 중간소득자인 '을'의 경우는 자기소득 평균액이 200만원인데 연금액으로 50만원이 정해졌으니 소득대체율이 50만원÷200만원으로 25%이다. 그런데 고소득자인 '갑'의 소득대체율은 20.8%로(62만5천원÷300만원) 중간소득자인 '을'보다 낮으며 저소득자인 '병'의 소득대체율은 37.5%로 (37만 5천원÷100만원) 가장 높다.
여기에 바로 저소득층을 배려한 국민연금의 비밀이 숨어 있다. 즉 고소득층의 연금액은 절대액에 있어서 저소득층에 비해 많지만 소득대체율은 저소득자를 더 높게하여 저소득층이 상대적으로 더 많은 연금액을 받도록 설계한 것이다. 즉 현행 국민연금은 소득분배 차원에서 저소득층을 상당히 배려한 제도이며 그렇기 때문에 진보적 가치가 내재되어 있는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하여 국민연금제도에서 고소득층의 보험료가 저소득층으로 흘러가는 수직적 재분배는 발생하지 않는다. 고소득자도 자기가 낸 보험료보다 더 많은 연금액을 받아 간다. (이것은 세대간 재분배 문제로 다음 기회에 설명하기로 하자.)
만약에 소득대체율을 모든 사람들에게 똑같이 25%로 적용한다고 가정해보자(이것은 연금산정액 공식에서 A값을 뺀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면 '갑'의 최초 연금액은 62만 7천원이 아닌 75만원(300만원 X0.25)으로 늘어나 12만원 3천원을 더 받게되고, 중간소득자인 '을'은 50만원으로 변동이 없으며, 저소득자인 '병'의 연금액은 37만 5천원이 아닌 25만(100만원 X 0.25)원으로 12만 5천원이 줄어든다.
소득계층별로 다른 소득대체율을 적용할지 아니면 동일한 소득대체율을 적용할지는 정답이 없으며 가치관의 문제이다. 그런데 역설적이게도 가장 자본주의적인 미국은 우리나라와 동일하게 저소득층에게 연금을 더 주는 방식으로 설게가 된 반면, 자본주의적 색채가 덜한 독일은 모든 사람에게 동일한 소득대체율을 적용하여 저소득층을 배려하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의 공무원연금이나 사학연금은 독일방식으로 상대적으로 수입이 적은 보험가입자를 배려하지 않지만, 국민연금은 미국방식으로 저소득층을 배려하고 있다.
앞에서 설명하지 않은 '1.2'라는 상수의 의미를 보자. 만약에 중간소득자인 '을'이 25년이 아닌 40년을 가입했다면 n값이 20이 되어 연금액이 늘어나고 '을'의 연금액은 50만원이 아닌 80만원이 된다. 그러면 '을'의 소득대체율은 80만원 ÷ 200만원으로 40%가 된다. 즉, '1.2'라는 상수는 가장 평균적인 소득을 가진 사람이 40년간 보험료를 납부했을 경우 연금액이 자기평균소득의 40%가 되도록 맞추기 위해 도입된 것이다. 물론 40년을 연금에 가입한 사람은 거의 없기 때문에 소득대체율 40%는 허구의 수치이며 평균가입기간을 25년으로 잡으면 소득대체율은 25% 정도가 되는 것이다.
연금전문가들이나 언론에서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이 40%라고 얘기할 때 기준이 된는 사람은 바로 40년을 가입하고 국민연금 가입자 중 가장 평균적인 월급을 가진 '을'을 상정하고 얘기하는 것이다. 만약에 상수가 '1.2'가 아닌 '1.8'이 된다면 '을'의 연금액은 120만원이 되고 소득대체율은 120만원 ÷ 200만원으로 60%가 된다. 2007년도에 평균소득자의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60%에서 40%로 인하한 연금 '개악'이 이루어진 것은 바로 상수 '1.8'을 '1.2'로 낮추어서 벌어진 일이다.
그런데 상수 '1.2'는 2008년도부터 당장 시행되는 것이 아니라 해마다 조금씩 낮아져 2028년에 '1.2'가 된다. 국민연금이 처음 도입된 1988년-1998년까지는 상수가 '2.4'였으며, 이 기간 동안 평균소득자인 '을'은 40년 가입시 70%의 소득대체율을 보장받을 수 있었다.
1998년 국민연금법 개정으로 상수가 '1.8'로 낮아졌고, 2007년에는 '1.5'로 낮아졌다. 2008년부터는 해마다 0.015씩 낮아져 2028년에는 '1.2'로 고정된다. '1.2'로 상수가 고정되는 2028년에는 평균소득자의 소득대체율이 40년 가입시 40%, 25년 가입시 25%로 낮아지ㅡㄴ 것이다. 즉, 상수를 낮춰감으로써 매년 연금액이 삭감되도록 조정한 것이다.
공적연금에는 기득권 보호라는 원칙이 있다. 연금액이 삭감되어도 과거기간에 소급적용하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가령 1988년-1998년까지 기간의 연금액은 상수 2.4를 적용하여 70%의 소득대체율로 연금액을 계산하고 1999년-2007년까지는 상수 '1.8'을 적용하여 60%의 소득대체율로 연금액을 계산한다. 때문에 실제로는 지금의 40대-50대와 60세 이상의 노인들은 앞에ㅓ 예를 든 세 사람보다는 더 많은 연금을 받게 된다. 가령 2012년 기준으로 20년 이상 국민연금에 가입한 초기 세대들의 월평균 연금은 82만원이며, 10년-19년을 가입한 사람들은 41만원정도의 연금을 받고 있다.
초기에 연금액을 후하게 설정한 연금공식 때문에 국민연금 초기 가입자들은 나중에 가입할 사람보다 훨씬 많은 연금을 받게 된다. 일부에서는 초기세대에 특혜를 주는 이 방식이 과도한 특혜이며 불공평한 것으로 보고 있으나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나는 오히려 초기세대에 특혜를 주는 이 방식이 세대간 노인부양에서 공평한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이 문제는 다음 기회에 설명하기로 한다)
위의 내용을 정리하면 최초 연금액의 크기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변수는 세 가지이다. ①전체 가입자의 3년 평균소득(A값), 그리고 ②자기소득의 평균액(B값), 그리고 ③보험료를 납부한 년수(n값)이 된다. 여기서 개인이 가장 통제하기 쉬운 것이 가입년수이다. 연금액을 많이 받고 싶다면 가입기간을 최대한 늘리는 것, 즉 쉬지 말고 보험룔르 최대한 오랜기간동안 납부하면 연금액은 그만큼 늘어난다. 단순하게 얘기하면 같은 조건이면 40년을 납부한 사람은 20년을 납부한 사람보다 2배의 연금액을 받게 된다.
389만원 소득상한선 현실에 맞는 걸까
고소득층이 보험료를 더 내는 것이 맞는가라는 처음문제로 돌아가서 답을 내려보자. 보험료의 소득상한선을 1000만원으로 올리면 389만원으로 설정했을 때보다 보험료 수입은 2.5배 가까이 늘어난다. 하지만 늘어나 보험료가 전적으로 저소득층으로 가지는 않는다. 자기소득의 평균액인 B값역시 2.5배정도 늘어나기 때문에 연금액도 비슷한 비율로 올라가 부자들은 더 많은 연금을 타가게 된다. 즉, 딜레마에 봉착하는 셈이된다. 따라서 결론은 고소득자의 보험료를 대폭 올리면 누진성이 강화되어 소득분배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 같지만 오히려 반대로 부자들이 더 이익을 볼 가능성이 높고 연금으로 나가는 돈이 많아져 국민연금의 재정은 더 악화된다.
물론 나는 고소득자의 연금을 지금보다 더 깎아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부자도 국민이며 이들도 소득수준에 맞게 연금을 받을 권리가 있다. 그러나 소득상한선 389만원은 현실의 소득구조를 반영하지 못하는 면이 분명히 있다. 현재 389만원 소득상한선에 걸려 있는 가입자가 213만명으로 전체 가입자의 13.6%를 차지하고 있다. 8명중에 1명 꼴이다. 정부가 보험료 상승을 우려하여 오랫동안 소득상한선을 올리지 않은 결과다.
1995년에 상한액을 360만원으로 올린 뒤 2010년까지 15년이나 묶어 두었다. 최근에야 조금씩 상한액을 올리기 시작한 것이다. 이것은 정상이 아니다. 소득분포를 감안하여 어느 정도는 소득상한선을 올려 부자들도 제대로 된 연금을 받아야 한다. 연금보험료로 한달에 수천만원을 낸느 것은 난센스이지만 소득수준에 걸맞는 보험료를 내고 그에 상응하는 연금을 받는 것이 정상적이기 때문이다.
강남 아줌마들이 주목한 확실한 노후대비법
[김연명의 연금이야기④] 전업주부, 국민연금 탈퇴하면 이득일까
박근혜정부의 연금개편안 후폭풍이 만만치 않다. 올해 1월-2월 사이에 1만 9750명의 전업주부가 국민연금에서 탈퇴하여 근래 들어 가장 높은 탈퇴지수를 기록하였다. 물론 탈퇴에도 불구하고 같은 기간에 1만 3850명의 전업주부가 신규로 국민연금에 가입하여 '붕괴'에 가까운 현상이 나타난 것은 아니다. 하지만 계속 늘어나던 전업주부의 국민연금 가입 상승세가 꺾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
여성 취업률이 낮은 우리나라는 전업주부가 상당히 많은데 이들에게는 노후문제가 아주 찝찝하고 혼란스러운 문제이다. 남편의 국민연금으로는 노후보장이 안 된다는데 개인연금이라도 하나 더 들어야 하나? 만에 하나 이혼하면 내 연금은 누가 보장해 주지? 정보 빠르기로 소문만 '강남 아줌마' 들이 국민연금에 대거 가입했다는데 나도 가입해야 하나? 이번 회에서는 전업주부들의 노후소득보장 문제, 더 넓게는 여성의 연금권 문제를 짚어보려고 한다.
남편 연금에 여성 몫이 들어가 있다.
국민연금은 강제가입이기 때문에 가입과 탈퇴의 자유가 없다 극히 예외적인 경우만 가입, 탙퇴의 자유가 주어지는데 남편이 국민연금이나 공무원연금에 가입된 사람의 배우자로서 소득이 없는 전업주부들이 여기에 해당된다. 흔히 언론에서 '임의가입자'로 부르는, 자발적으로 국민연금에 보험료를 납부하는 이 집단은 현재 약 20만명에 달한다. 이 중 85%정도는 전업주부이며, 80% 이상은 남편이 국민연금이나 공무원 연금에 가입되어 있는 전업주부들이다.
전업주부들은 어떻게 연금을 받을까? 가장 일반적인 형태는 남편이 받는 국민연금을 '부부연금'으로 생각하고 같이 나눠 쓰는 것이다. 우리나라 국민연금은 남자는 직장생활을 하고 여성은 살림을 하는 전형적인 '남성생계부양자' 모델을 가정하고 만들었다. 때문에 보험료도 경제활동을 하는 남편 이름으로 내고 연금도 남편 명의로 받는다. 즉, 여성은 독자적인 연금 수급권이 없다. 물론 남편의 연금을 계산할 때 월 2만원정도의 배우자 연금이 추가되나 사실상은 남편의 연금에 배우자인 여성 몫이 들어가 있다.
남편의 사망시 전업주부는 남편의 국민연금 가입기간에 따라 '기본연금액'의 405-60%의 '유족연금'을 받는다. 2013년 기준으로 예를 들면 남편의 국민연금 가입기간 평균소득(B값)이 최고소득 389만원이고 20년을 가입한 경우 부인은 월51만원을 유족연금으로 매달 받는다. 평균소득이 낮은 120만원의 봉급생활자가 20년을 가입하고 사망한 경우 부인은 매달 28만원의 유족연금을 받는다. 남편이 한 달만 보험료를 내고 사망해도 10년을 가입한 것으로 인정하여 유족연금이 지급된다)'기본연금액', 'B값' 등을 더 자세하게 이해하려면 연금이야기③을 읽기 바란다)
여성이 독자적으로 연금을 받는 경우
여성이 남편과 무관하게 자기 이름으로 된 연금을 받는 경우는 네 가지이다. 하나는 이혼한 여성이 받는 연금이다. 혼인기간이 5년 이상이고, 이혼한 여성이 60세를 넘으면 혼인기간에 비례하여 전 남편의 국민연금을 정확히 반으로 나누어 받는다. 이를 '분할연금'이라 하는데 가령 남편의 연금액이 50만원이고 이중 40만원이 이혼한 여성과의 결혼기간 중에 발생된 것이면 40만원의 절반인 20만원을 부인이름으로 받게 된다. 분할연금은 남편이 국민연금을 지급받기 시작한 시점에서 3년 이내에 청구해야 받을 수 있다. 2012년말 기준으로 7271명의 여성이 분할연금을 받고 있으나 앞으로 더 늘어날 것이다.
과거에는 이혼한 여성이 재혼을 하면 분할연금이 전 남편에게로 다시 귀속되었으나 2007년에 법이 바뀌어 재혼한 경우에도 계속 분할연금을 지급받을 수 있게 되었다. 두번 이혼해도 전 남편 2명 모두에게 결혼기간에 비레하여 분할연금을 청구할 수 있다. 분할연금을 받고 있던 기간 중 전 남편이 사망해도 분할연금은 계속 지금된다. 하지만 남자는 사정이 좀 다르다. 이혼한 전 부인이 사망하는 경우 부인에게 지급되던 분할연금이 다시 전 남편에게 귀속되지 않고 소멸된다(복잡한 내용을 다 쓸 수 없다. 국민연금 콜센터 '1355'로 전화하면 사례별로 친절히 가르쳐준다). 아무튼 이혼한 여성이 전 남편 연금의 절반을 받는 것은 남편의 연금에 여성 몫 절반이 들어가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여성이 독자적인 연금 수급권을 갖는 두 번째 방법은 직장에 다니거나 자영업을 하여 소득을 갖고 본인 명의의 최저가입기간인 10년 이상의 보험료를 불입하는 것이다. 이경우 남편과 무관하게 여성의 독자적인 국민연금 수급권이 발생하고 남편과 부인 각자가 국민연금을 받게 된다. 보험료 납부 기간이 10년이 안 된 여성은, 가령 9년 11개월을 가입하면 60-65세가 되는 시점에 원금과 이자를 합쳐 돌려받게 된다.
소득활동을 전제로 보험료를 내고 그 대가로 연금을 받는 현재의 국민연금방식은 오래 직장을 다닐 수 없는 여성들에게는 불리한 제도이다. 때문에 가입기간 10년 이상을 채워 여성 본인 명의로 연금을 받는 사람은 많지 않다. 2012년 말 기준으로 20년 이상 보험료를 납부하여 월평균 82만원의 연금을 받는 12만명 중 여성은 약 1만명으로 남성대비 8.3%에 불과하다. 보험료를 10년-19년을 불입하여 평균 40만원의 연금을 받는 68만명 중 여성은 17만 5천명으로 남성대비 25.7%이다.
여성들은 경제활동을 해도 출산, 육아, 그리고 노인돌봄 때문에 휴직을 하거나 직장을 포기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보험료를 납부할 기회가 적어지고 국민연금을 정상적으로 받을 확률도 낮아진다. 때문에 선진국에서는 육아나 노인돌봄 문제로 여성이 장기간 휴직을 할 경우 보험료를 납부한 것으로 인정해주는 '보험료 납부 인정제도'를 광범위하게 운영하고 있다(이것을'연금 크레딧'제도라 한다). 가령 스웨덴은 육아의 경우 최장 4년을, 독일의 경우는 자녀당 3년의 육아기간을 보험료를 납부한 것으로 인정해준다.
우리나라는 여성이 육아나 돌봄으로 직장 단절 대신에 출산율을 높이는 차원에서 2008년 이후 둘째아이 출산 시에는 12개월, 셋째아이는 30개월 등 출산 아동 수에 따라 최고 50개월을 보험료를 납부한 것으로 인정해주고 있다. 국민연금제도에서 불리한 위치에 있는 여성들의 연금 수급권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육아나 노인 돌봄 등의 기간에 대해 좀 더 획기적인 보험료 납부 인정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여성 본인 명의로 연금을 받는 세 번째 경우는 최근 국민연금 가입자 '역차별 논란'이 벌어진 기초연금이다. 박근혜표 연금개편안이 낸년 7월부터 시행되면 국민연금을 받지 못하는 65세 이상 여성노인이 소득하위 70%에 속하면 본인 명의로 월 20만원의 기초연금이 지급된다. 남편이 생존해 있는 경우는 20만원이 아닌 16만원이 지급되고 남편도 16만원을 받아 부부합산 32만원의 기초연금을 받게 된다(부부의 경우 1인당 20만원씩 40만원을 주어야 하나 생활비가 절약된다는 점을 감안하여 20%인 8만원을 제외한 32만원이 지급된다. (이 부분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연금이야기②를 참고하기 바란다).
일부 부유층을 제외한 65세 이상 모든 노인에게 지급되는 기초연금은 여성의 연금수급권이 독자적으로 확보되기 때문에 여성들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제도다. 특히 여성 본인의 은행계좌로 20만원(혹은 16만원)의 기초연금이 다달이 들어오는 것은 어려운 삶을 살고 있는 여성노인들에게는 '획기적'인 변화다. 국민연금은 남성 수급자가 여성보다 압도적으로 많은 반면에 기초(노령)연금만은 여성이 전체의 65%에 해당하는 248만명으로 남성 134만명보다 압도적으로 많다.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여성계에서는 그동안 줄기차게 기초연금의 대상자와 금액 인상을 요구해 온 것이다.
여성이 독자적 연금권을 갖는 네 번째 방법은 국민연금의 '임의가입제도'를 통해서이다. 원래 국민연금은 소득이 있는 경우만 강제 적용된다. 하지만 무소득자인 전업주부를 위해 1995년부터 '임의 가입제도'를 도입하였다. 소득이 없는 전업주부는 올해 국민연금 지역가입자 중위소득 99만원에 대한 9%, 즉, 약 8만 9천원의 보험료를 본인이 전액 납부하면 된다.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이 405라고 가정하면 2013년부터 매달 9만원 정도의 보험료를 10년정도 불입할 경우 현재가치로 약 15만원을, 20년을 불입할 경우 약 30만원의 노령연금을 남편의 연금과 무관하게 지급받는다. 임의 가입은 가입년수 제한이 없기 때문에 25살에 결혼한 전업주부가 40년동안 계속 보험료를 불입하면 65세부터 현재 가치로 최소 60만원이상의 연금을 평생 여성명의로 받을 수 있다.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은 2028년부터 40%로 떨어지기 때문에 2013년에 가입하면 실제 연금액은 이보다 더 높다)
장기간의 직장생활을 통해 국민연금 수급권을 획득하기 어려운 전업주부들도 보험료를 내면 연금을 주는 '임의가입' 제도는 여성들을 위해 도입된 것이다. 하지만 이 제도가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아 가입자는 그리 많지 않다. (물론 정보에 빠른 강남3구 전업주부들은 상당히 많이 가입했다) 우리나라의 전업주부가 수백만명이 되지만 임의가입자는 고작 20만명이고, 이중 여성이 17만명으로 전체 85%를 차지하고 있다. 물론 이들 대부분은 전업주부들이다. 그런데 이마저도 박근혜 연금개편안의 혼란으로 주춤하고 있는 것이다.
전업주부에게 과연 뭐가 유리할까
지금까지 논의를 정리하면 남편 이름이 아닌 여성 본인 명의로 '떳떳한' 연금을 받는 것은 ⑩소득이 있는 활동에 종사하여 10년 이상 보험룔르 납부한 경우, ②65세 이상 여성 노인이 받는 기초연금, 그리고 ③전업주부가 자발적으로 10년 이상 보험료를 불입하는 경우이다. 하지만 기초연금을 제외하면 나머지 두 가지 방법은 장기간 직장생활을 하거나 아니면 지속적으로 보험료를 불입해야 하기 때문에 쉽지 않다. 이 중에서 직장이 없는 여성들이 굳게 마음먹고 장기간 보험료를 납부하여 연금을 탈 수 있는 것이 바로 '임의가입제도'이다.
그렇다면 전업주부들을 위해 만들어진 임의가입제도에서 왜 전업주부들이 탈퇴를 하는 것일까? 그 이유는 아마도 이런 것일 것이다. "월 9만원의 보헐료를 안내도 나중에 기초연금 16만원을 공짜로 받을 텐데 뭐하러 매달 9만원이라는 아까운 돈을 내지?" "임의가입해서 보험료를 내면 나중에 기초연금을 덜 받는다는데 손해보는 것 아닌가?" 일부 국민은 국민연금을 타면 기초연금은 아예 못받는다는 잘못된 정보가 알려지기도 했다. 그러면 전업주부가 국민염금에 임의가입해서 나중에 국민연금을 타는 경우와 임의가입을 하지 않는 경우에 기초연금을 포함한 총 연금액이 어느 정도 변화하는지 두 가구의 사례를 한번 보자.
노인부부가 같이 사는 A,B 두 가구가 있다고 하자. 두 가구 모두 남편이 약 200만원정도의 가장 평균적인 월급을 받던 사람으로 25년을 국민연금에 가입해서 현재 가치로 약 50만원의 연금을 받는다고 가정하자. 부인들은 모두 전업주부였는데 A가구의 부인은 국민연금에 임의가입하지 않고 B가구의 부인은 가입하여 20년동안 매달 9만원의 보험료를 납부했다고 가정하자. 그러면 B가구의 부인은 현재 가치로 대략 30만원의 국민연금을 자기 명의로 받게 된다. 즉, A가구는 남편의 국민연금 50만워만 받는 반면, B가구는 남편 명의의 국민연금 50만원과 부인 명의의 국민연금 30만원을 합한 총 80만원의 국민연금을 받게 된다.
여기에 박근혜표 기초연금이 그대로 시행된다는 가정 하에 기초연금을 합해서 가구의 총 연금을 계산해 보자. 부인이 국민연금에 임의가입을 하지 않은 A가구는 남편의 기초연금 10만원에 국민연금 가입기간(25년)에 따른 기초연금액 7만원이 추가되어 총 17만원의 기초연금을 받고, 국민연금 미수령자인 부인은 20만원의 기초연금을 받는다. 그런데 부부가 같이 사는 경우 생활비가 절약되는 20% 감액원칙이 적용된다. 따라서 각각 20%가 감액되어 남편은 13만6천원, 부인은 16마원을 받아 부부합산 29만6천원의 기초연금이 지급된다. 여기에 남편 몫의 국민연금 50만원을 합치면 A가구의 월평균 연금액은 79만 6천원이 된다.
전업주부가 국민연금에 임의가입하여 20년동안 보험료를 불입한 B가구의 기초연금을 동일한 방식으로 계산하면 남편 몫 기초연금 17만원에다 부인의 기초연금 10만원 + 가입기간 20년에 따른 추가액 6만원이 더해져 16만원의 기초연금이 지급된다. 부부합산으로 33만원의 기초연금이 나오나 20% 강액원칙에 의해 이 부부의 기초연금은 총 26만 4천원이 지급돈다. 여기에 남편의 국민연금 50만원과 부인의 임의가입한 국민연금 30만원을 합하면 총 1백 6만 4천원의 연금이 지급된다(국민연금 80만원+부부의 기초연금 26만 4천원).
물론 B가구의 연금총액은 이 가구가 전체 노인가구의 소득분포에서 하위 70%에 포함되어 있을 경우이다. 2013년 기준으로 부부가구가 전체 노인가구 소득의 하위 70%에 속하려면 월소득이 133만원 미마니어야 한다. 그런데 노인가구의 소득은 연금같은 현금소득 외에도 아파트, 토지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한다. 가령 B가구가 대도시에 2억2천만원짜리 아파트를 소유했다고 가정하면 월 46만원이 소득이 있는 것으로 간주된다. 따라서 B가구 부부의 국민연금 80만원과 아파트의 소득평가액 46만원을 합쳐도 126만원으로 소득하위 기준소득인 133만원에 미달하게 되므로 기초연금을 26만 4천원을 받게 된다. 임의가입에서 탈퇴한 전업주부는 ①매달 9만원의 보험료를 내지 않고 나중에 여성 몫 16만원의 기초연금만 '공짜'로 받을 것인지 아니면 ②매달 9만원씩 20년 납부하고 국민연금 30만원과 기초연금 12만 8천원을 합쳐 42만 8천원의 연금을 받을 것인지에서 앞의 경우를 택한 것이다. 두 부부의 기초연금액 차이는 3만 2천원이다(29만 6천원-26만 4천원). B부부가 모두 국민연금에 가입했는데 결과적으로 B부부는 3만 2천원을 덜 받게 되는 것이고 이것이 '국민연금에 가입했는데 결과적으로 B부부는 3만 2천원을 덜 받게 되는 것이고 이것이 '국민연금 가입자 역차별'놀란이다. 하지만 B가구의 부인이 국민연금에 가입하여 받는 총액은 42만 8천원이고 A가구의 부인은16만원이다.
어떤 것을 택할 것이가? 3만 2천원의 '상대적 손실'이 아까워 임의가입을 포기한 A부부는 노후에 충분한 소득을 확보하지 못한다. 반면 3만 2천원을 덜 받더라도 보험료를 납부한 B부부는 상당한 노후소득을 확보한다. 보는 각도에 따라 '상대적 손해'라고 보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그래도 임의가입을 유지하는 것이 노후에 절대적으로 도움이 된다고 보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두 부부의 총연금액 차이를 보면 임의가입을 통해 국민연금을 확보하는 것이 100세 시대를 대비하는 확실한 노후대비 방법이라는 것이다. (여기서 기금이 고갈되어 연금 못받으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은 접어두자. 기금이 고갈나서 연금 안주는 나라는 지구상에 없다. 나라가 거의 망한 그리스도 연금은 준다.)
확실한 노후대비 방법
더욱이 박근혜표 연금개편안은 아직 확정된 것도 아니다. 진영 신임 복지부 장관도 국민연금 수급자가 기초연금에서 받는 역차별을 해소하겠다는 공식적인 발언을 했고, 국회에서도 변경될 가능성도 충분하다. 따라서 현재 임의가입 보험료 9만원을 낼 수 있는 여성들이 이를 지금 포기하는 것은 그만큼 안정된 노후생활의 기회를 스스로 포기하는 것이다. 임의가입은 특히 여성 본인 명의로 지급되어 다른 사람 눈치 안 보고 받을 수 있는 연금이라는 점을 기억하자.
9만원의 보험료를 차라리 민간보험에 내고 나중에 기초연금에 더하여 민간연금을 받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이 생각만큼 쉬운 것이 아니다. 민간연금은 강제성이 없기 때문에 돈 쓸 일이 생기면 대부분이 중도 해약을 한다. 1994년부터 판매된 '개인연금'은 5백만명 이상이 가입했지만 7년이 지난 2001년에 유지율은 33.2%에 불과했다. 즉, 100명중에 67명이 해약을 한 것이다. 물론 중도 해약으로 원금도 못 건지는 막대한 손해를 본 것이다. 2002년에 새로 도입된 '연금저축'도 10년이 지난 2012년에 해약률이 48.2%에 달했고 보험사에 따라서는 해약률이 70%에 달했다. 강제성이 없는 민간연금은 사정이 생기면 해약할 수밖에 없어 노후보장의 확실한 안전판이 되기에는 한계가 있는 것이다.
그리고 누차 강조하지만 국민연금액은 일단 정해지면 물가상승률만큼 연금액이 자동 인상된다. 2013년에 50만원의 연금액이 20년이 지난 2033년에도 50만원으로 고정되는 것이 아니다. 물가가 오른만큼 연금액이 지속적으로 인상된다. 즉, 연금의 실질가치가 유지되는 것이다. 하지만 사보험은 일단 최초 연금액이 정해지고 나면 물가상승을 반영하지 못하기 때문에 연금의 실질가치는 해가 갈수록 떨어지게 되어 있다.
2007년 법 개정으로 국민연금이 너무 삭감되어 남편 명의로 된 국민연금으로 부부가 품위있는 노후생활을 하기는 불가능하다. 물론 기초연금이 추가되면 좀 나아지지만 그래도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어느 정도의 노후소득을 확보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전업주부들이 '임의가입제도'를 활용하여 연금 수급권을 획득하는 것이다. 부인의 국민연금 수급권이 확보되면 "①남편의 국민연금 + ②부인의 국민연금 + ③부부의 기초연금" 등 세 가지가 합산되어 적지 않은 노후자금이 된다. 세 가지 연금 모두 물가연동으로 매년 연금액이 증가한다. 여기에 개인저축이나 퇴직연금에서 약간의 연금이 추가되고 자식들이 좀 보태주면 품위있는 생활이 전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국민연금은 불입한 보험료보다 평균 2배 가까운 연금을 받는다. 회사 이윤을 챙겨야 하는 보험회사에서 파는 민간연금이 도저히 따라 올수 없는 구조이다. 복잡한 얘기 빼고 김연명 당신이 전업주부라면 어떻게 하겠는가? 나의 대답은 너무나 명확하다. 임의 가입제도에 가입하여 보험료를 납부할 것이라고 분명히 말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혹시 직장을 다니다 그만두어 국민연금 10년을 못 채운 여성들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10년을 채워라. 불안한 노후를 대비하는 확실한 방법 중의 하나이다.
2060년 국민연금 고갈 불가피... 해법은 이거다
[김연명의 연금이야기⑤] 국민연금 '수익비'의 비밀
국민연금이 불신 받는 가장 큰 이유는 기금의 고갈일 것이다. 월급봉투에서 매달 강제로 '뜯기는' 보험료도 아까운데 기금이 고갈되다고 하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삼성생명 같은 보험회사들은 적립금이 고갈된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은데 왜 국가가 운영하는 국민연금은 기금이 고갈될까? 기금이 고갈되는 시점에서 연금이 어떻게 지불되는가는 다음 기회에 설명하기로 하고 그에 앞서 도대체 왜 기금이 고갈되는지 그 이유부터 살펴보자.
국민연금은 2060년에 왜 소진될까
현재처럼 보험료를 9%를 내고, 중간소득자의 소득대체율이 2028년까지 40%로 낮아지는 구조가 변경되지 않으면 현재 400조 원인 적립금은 아래 그림처럼 2043년에 최대 2465조 원으로 늘어나고 그 이후 급격히 기금이 소진되어 47년 뒤인 2060년에 국민연금기금이 완전히 고갈된다.(소득대체율 개념에 대한 이해는 4번째 연금이야기를 참고하기 바란다.) 때문에 지금 40세인 사람은 47년 뒤인 87세에 기금고갈에 직면하지만 그 이전에 죽으면 기금곡라은 나와 상관없는 문제이다. 그래서 기금고갈은 현재의 20~30대의 젊은층의 문제인 것이다.
그렇다면 왜 2040년 이후에 기금이 급격이 줄어들어 2060년에 기금이 완전히 소진될까? 가장 황당한 이야기는 서류상으로만 기금이 적립되어 있고 실제로는 정치인들이 정치자금으로 돈을 '빼 썼다'는 의심인데 이 소문은 잊어버리자. 대한민국의 국가운영과 행정감시시스템이 그렇게 엉망이지는 않다. 다른 의심은 국민연금관리공단이 투자를 잘못해서 기금의 상당액을 이미 날려 버렸고, 앞으로도 투자손실이 발생해서 2000조 원이 넘는 기금이 고갈될 것이라는 생각이다.
국민연금이 투자를 잘못해 기금손실을 초래한 경우가 없는 것은 아니다. 가끔 언론에 보도되는 것처럼 상장회사가 망하면 국민연금이 갖고 있는 주식은 휴지조각이 되고 기금 손실이 발생한다. 최근 쟁점이 되는 용산재개발 사업이 끝내 살아나지 못하면 국민연금이 이 사업에 투자한 기금 1250억 원은 허공으로 날아가게 된다. 실제 이런 투자손실 사례가 심심찮게 언론에 보도되기 때문에 투자 잘못으로 기금고갈이 발생할 것이라는 얘기는 상당히 근거 있는 이야기로 회자되고 있다.
그렇다면 국민연금기금은 계속해서 투자 실수만 해서 기금을 까먹어 온 것일까? 사실은 그 반대이며 국민연금기금은 수익률은 상당히 괜찮은 편이다. 현재 2012년 12월말 기준으로 국민연금기금은 392조원이 조성되어 있는데 이 돈은 대한민궁의 1년 예산보다 더 큰 금액이다. 2013년 1월에 들어서는 기금이 400조원을 넘어 절대 액수로 보면 전 세계의 공적연금기금 중 3위에 해당되며 국민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GDP의 32%로 세계에서 가장 큰 기금이 되었다.
392조원이라는 돈은 보험료와 투자수익금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1988년에 시작된 국민연금이 작년까지 조성한 기금은 총 475조원이다. 이중 보험료수입이 301조원이고 이 보험료를 주식, 채권 등에 투자해 벌어들인 수익금이 174조원이다. 이렇게 조성된 기금에서 연금으로 지급된 돈 83조원을 빼면 2012년말 기금 총액은 392조원이 되는 것이다.(2012년 기금총액 392조원 = (보험료 수입 301조원 + 투자수익금 174조원) - 연금지급금 85조원).
지난 24년의 국민연금의 수익금 174조원의 구성을 시가기준으로 보면 채권투자에서 113조원의 수입을 얻었고, 주식투자에서 35조원을 벌었다. 그리고 2000년부터 폐지된 정부에 기금을 빌려주고 받는 이자수입이 19조원이며, 대체투자 수입이 약 5조4천억원에 이르고 있다. 따라서 일부 종목에서 투자 손실이 발생했어도 전체적으로는 보험료 투자를 통해 174조원이라는 막대한 이익을 남겼기 때문에 투자 손실로 기금의 상당액을 나렬버렸다는 것은 그넉가 없는 의심이다.
기금의 수익률을 보아도 국민연금기금은 양호한 편이다. 1988년부터 2012년까지 국민연금기금의 연평균 수익률은 6.69%이다(여기서 수익률은 상품별 수익률을 일일 운용잔액을 기준으로 가중평균하여 산출하는 '평잔수익률'을 의미함). 2012년 말 국민연금기금 392조원 중 68.6%가 투자된 채권투자액 254조원의 누적수익률은 6.15%이고, 총 73조원이 투자된 국내주식의 수익률은 8.16%이며 31조원이 투자된 해외주식은 0.57%이다. 국민연금기금의 수익률을 일반적인 시장수익율과 비교하기 위해 사용하는 방식의 수익률 지표를 보아도 국민연금기금의 수익류이 크게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니다.
수익비의 비밀
이처럼 국민연금기금의 수익률에 큰 문제가 없음에도 왜 기금이 고갈되는 것일까? 이 것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수익비'라는 개념을 먼저 이해해야 한다. 수익비는 가입자가 평생 부담하게 되는 보험료의 총액과 나중에 받게 되는 연금액 총액을 특정 시점의 현재가치로 환산하여 부담과 혜택의 크기를 비교하는 방법이다. 통상 국민연금에 20년(혹은 25년)을 가입하고 60세(혹은 65세부터) 연금을 받기 시작하여 평균수명인 80세까지 생존한다고 가정을 하고 납부한 보험료 총액과 받게되는 연금 총액을 비교하는 것이다.
수익비의 원리를 이해하기 위해 간단한 예를 들어보자. 국민연금에 가입된 2천만명중에 가장 평균적인 소득을 가진 홍길동의 소득이 월 200만원이며 가입시점부터 보험료 납부를 끝내는 59세가지 이 평균소득을 유지했고 25년 동안 보험룔를 냈다고 하자. 국민연금 보험료가 9%이고 이중 4.5%는 홍길동 자신이 나머지 4.5%는 고용주가 납부하므로 홍길동은 200만원의 4.5%인 9만원의 연금보험료를 매달 납부한다. 홍길동이 25년 동안 매달 9만원을 납부하면 총 2700만원을 납부하는 것이며 (9만원 X 12개원 X 25년 = 2700만원) 여기에 사용주가 내주는 9만원까지 홍길동이 납부한 것으로 보면 홍길동은 25년간 총 5400만원의 보험료를 납부한 것이다(본인 보험료 총액 2700만원 + 고용주 보험료 부담 총액 2700만원).
월 9만원의 보험료를 납부한 홍길동은 연금이 지급되는 60세(혹은 65세부터) 월 50만원의 현재가치의 연금을 사망시까지 지급받게 된다. (홍길동의 연금이 왜 월 50만원이 되는지는 필자의 연금이야기 4회 글을 읽어보기 바란다.)
만약 연금을 받는 시점부터 15년 생존했다고 하면 받게 되는 연금총액은 9천만원이 된다(50만원 X 12개월 X 15년). 같은 방식으로 20년을 생존했다고 하면 홍길동의 연금총액은 1억2천만원이 된다. 물론 연금을 타기 시작한 이후 1년만에 사망하고 부인이 없다면 유족연금이 지금되지 않아 받게 되는 연금총액은 600만원이 된다.
홍길동이 납부한 보험료 총액은 5400만원이고 15년동안 연금을 받는다면 9천만원이고 20년 동안 연금을 받으면 1억2천만원이 된다. '수익비'는 연금총액을 보험료 총액으로 나누어 현재가치로 환산한 값이다. 15년 동안 생존하면 홍길동의 수익비는 1.67이 되며(9천만원÷5400만원)=1.67), 20년 동안 생존하면 수익비는 2.2가 된다(1억2천만원÷5400만원=2.2). 물론 1년만에 사망하면 수익비는 0.11이 된다(600만원÷5400만원). 사용주가 내주는 보험료 절반을 홍길동이 낸 것이 아니라고 가정하면 15년 동안 연금을 받을 경우 수익비는 1.67의 두 배인 3.3이 된다. 즉 2700만원의 보험료를 내고 9천만원을 받아가니 무려 2.3배의 연금을 더 가져가는 셈이다. 아무튼 수익비가 1이면 낸 보험료 만큼만 연금으로 가져가는 것이고 1을 넘으면 낸 보험료 총액보다 더 많이 가져가는 것이다.
홍길도의 예는 수익비의 원리를 이해하기 위한 것이고 정확히 계산한 정부 자료에 근거하여 소득계층별 수익비를 보자. 이 자료는 복지부가 2010년에 낸 보도자료로 2009년에 국민연금에 가입하여 20년 동안 보험료를 납부하고 평균수명가지 생존한다고 가정할 경우 수익비를 계산한 것이다. (수익비를 구하기 위해서는 특정 시점의 연금보험료와 연금액의 미래가치를 현재가치로 환산해야 하는데 이때 할인율이라는 개념을 사용한다. 할인율은 임금상승율, 물가상승율, 투자수익율 등 여러 기준이 사용된다. 국민연금 보험료는 임금상승율에 비례하여, 연금액은 물가상승율에 비례하여 올라간다. 수익비는 어떤 할인율을 사용하는가에 따라 약간 달라질 수 있으나 중간소득자 기준 1.8배 수익비 구조는 크게 바뀌지 않는다. 그리고 장기적으로는 세 가지 기준이 수렴되는 경향이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두자.)
복지부 자료에 의하면 자신의 생애 평균소득(B값)이 국민연금 전체 가입자의 평균소득에 가까운 (위의 예에서 홍길동의 사례) 184만원의 소득자의 수익비가 1.8이다. 이것은 가장 평균적인 사람의 경우 낸 보험료 총액보다 0.8배를 더 연금으로 가져간다는 의미이다. 생애평균소득(B값)이 50만원인 저소득층의 수익비는 4.2인데 이는 납부한 보험료 총액보다 3.2배를 더 연금으로 지급받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놀라운 것은 생애평균소득이 360만원인 최고부자의 수익비도 1.4로 낸 보험료 총액보다 0.4배를 더 가져간다. 즉, 국민연금에 가입하여 평균수명까지만 생존하면 모든 가입자가 낸 보험료보다 더 많은 연금을 타가는 것이다.
이처럼 평균수명가지만 생존하면 부자이건 가난한 사람이건 자기가 낸 보험료 총액보다 더 많은 보험료를 가져가는 것이 국민연금이 설계된 기본 원리이다. 물론 아주 일찍 부부가 모두 사망하면 낸 보험료보다 적게 가져 간다. 그래서 국민연금에서 이득을 보려면 가능하면 건강하게 오래 살아야 한다. 이것을 좀 학술적으로 표현하면 국민연금은 장수, 즉 오래산는 것에서 파생되는 소득불안의 위험에 사회구성원들이 집단적으로 대처하는 방법으로 고안된 것이다. 이 방법은 인류역사상 처음으로 노인의 집단빈곤을 해소했다는 접에서 나름대로 성공한 방법이라 할 수 있다.
국민연금 고갈, 당연하다
그럼 국민연금기금이 왜 고갈되는지 대답을 내려보자. 모든 국민연금 가입자가 연금을 타기 시작한 이후 1~2년만에 사망하면 보험료는 많이 내고 연금은 아주 적게 타가기 때문에 기금고갈은 발생하지 않는다. 반대로 모든 가입자가 평균수명까지 산다고 가정하면 부자이건 가난한 사람이건 수익비가 모두 1을 넘어가기 때문에, 즉 낸 보험료 총액보다 더 많은 연금을 타가기 때문에 기금이 고갈되는 것이다.
위의 예로 든 그림에서 국민연금기금이 2040년대 초반까지 2400조원의 막대한 돈이 쌓이다가 2060년에 기금이 고갈되는 이유는 모든 가입자의 수익비가 1을 넘은 구조에서 보험료 수입은 한정되어 있는데 국민연금을 타는 사람들의 수와 평균수명이 지속적으로 늘어나기 때문에 발생되는 '자연스러운' 현상인 것이다.
이처럼 국민연금기금이 고갈되는 이유는 너무나 간단하다. 모두가 낸 돈보다 많은 연금을 타가는 구조로 처음부터 설계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면 낸 보험료보다 더 타게되는 연금은 누가 부담하는 것일까? 만약 국민연금이 민간보험이라면 낸 돈보다 더 타가는 구조는 있을 수가 없다. 아무리 투자수익률이 좋아도 낸 보험료보다 평균 2배 정도의 연금을 모든 보험가입자에게 보장할 수은 없으며 그렇게 된다면 그 보험회사는 파산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국민연금은 어떻게 이게 가능할까? 즉, 앞의 사례에서 5400만원의 보험료를 내고 9천만원의 연금을 타가면 낸 돈보다 무려 3600만원을 더 가져가는데 이 3600만원은 누가 부담하는 것일까? 이 돈은 바로 후세대가 부담하게끔 설계한 것이 바로 국민연금이다. 여기서 국민연금의 세대간 공평성에 대한 근본적인 논란이 벌어질 수 있다.
대부분의 학자들은 후세대의 부담을 전제로 설계된 국민연금은 초기 가입세대(현세대)가 나중에 가입할 세대(미래세대)를 '갈취'하는 구조라고 주장한다. 이 시각에 의하면 현세대가 보험료를 더 부담하거나 연금을 깎아야 세대간에 공평한 부담이 된다. 1997년에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을 70%에서 60%로 인하하고 다시 소득대체율을 40%로 떨어트린 2007년의 국민연금법 개정은 바로 이 시각에 근거한 것이다. 즉 현세대의 혜택을 줄임으로써 후세대의 부담을 줄여준 것이다. 그러나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을 40%로 낮춘 2007년의 개혁에도 모든 계층에서 여전히 수익비는 1을 넘어간다. 그래서 현세대의 보험료를 더 올리고 연금을 더 깎아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기금고갈 시점은 2060년 이후로 더 연장될 것이다.
눈치가 바른 사람이라면 필자가 국민연금이 후세대의 부담을 강요하는 '갈취'라는 주장에 절대 동의하지 않는 대표적인 사람이라는 것을 알 것이다. 오히려 국민연금이 설계될 때부터 의도한 후세대의 부담은 그들이 도덕적으로 부담해야 하는 정당한 노인부양의 몫이라는 것이 필자 주장의 핵심이다. 이 부분에서 진보진영 내부, 그리고 진보와 보수간에 국민연금의 개혁방안에 대한 입장이 갈라지고 정치적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다. 그렇다면 수익비가 1을 넘어가는 부분에 대해 왜 후세대가 당연히 부담을 해야 하는가? 이에 대한 필자의 생각을 6번째 글에서 설명하기로 한다.
이 글을 쓴 이후 공교롭게 오늘 복지부에서 제3차 국민연금재정추계 결과를 발표하였다. 2008년의 2차 재정추계와 마찬가지로 2040년 중반에 적립금이 최고로 많이 쌓이고 2060년에 기금이 고갈되는 큰 구조는 변화가 없다는 것이 이번 발표의 요지이다. 따라서 본문에서 제시된 그라프의 구성과 기금고갈에 대해 필자가 설명한 내용이 달라지는 것은 없다.
더 내고 덜 받는 국민연금, 미래세대를 위한거다
[김연명의 연금이야기⑥] 국민연금 세대간 공평성, 어떻게 볼 것인가
젊은 세대는 국민연금에 불만이 많다. 당장 쓸 돈은 많은데 언제 받을지도 모르는 보험료를 꼬박 꼬박 징수해가는 정부가 밉기도 하고, 기금 고갈로 연금을 받지 못할 것이라는 불안감도 있다. 여기에 또 하나의 불만은 국민연금이 기성세대에게는 많은 혜택을 주는 반면 젊은 세대는 혜택도 적고 보험료 부담도 과중하다는 점이다.
국민연금이 젊은 세대의 '희생'을 강요한다는 이 주장이 타당한 근거를 갖고 있는지 생각해 보자 (이 글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제3회와 제5회에서 설명한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과 '수익비'라는 용어를 이해해야 한다. 필자의 3회와 5회 연재분을 미리 읽어 보기 바란다.
1953년생과 1981년생의 국민연금 비교
1988년에 국민연금이 처음 시작할 때 보험료율은 3%였으며, 근로자가 1.5%를 내고 사용주가 1.5%를 내는 구조였다. 1993년부터 97년까지는 보험료율이 6%로 올랐고 1998년부터 현재의 9% 보험료율이 정착되었다. 반면 소득대체율은 평균소득자 기준으로 1998년까지 70%였고, 1999년부터 2007년까지는 60%로 떨어졌다. 2008년에는 다시 50%로 떨어졌고 그 이후 계속 낮아져 2028년에는 40%까지 줄어든다. 국민연금에 초기에 가이한 A와 나중에 가입한 사람 B의 사례에서 세대간의 불공평을 비교해 보자. 1988년 국민연금이 시작될 때 35살이었던 근로자 A는 1953년생으로 20년간 보험료를 납부했고 현재 60세이다. A는 20년의 가입기간 중 5년간은 3%(1988-1992), 또 5년간은 6%(1993-1997), 그리고 1998년 이후 2008년까지 10년은 9%의 보험료를 납부했다. 반면 2008년 27살에 처음으로 취업해 보험료를 내기 시작한 현재 32살의 B가 있다고 하자. B는 1981년생으로 3%가 아닌 9%의 보험료를 처음부터 내야 한다. 확실히 젊은 세대인 B가 기성세대인 A보다 더 많은 보험료를 부담하는 것이다.
반면 받아가는 연금액도 기성세대인 A가 B에 비해 훨신 많다. A의 연금액은 1988년에서 1998년까지 11년간은 소득대체율이 70%로 계산되고, 1999년에서 2007년까지 9년은 소득대체율이 60%로 계산된다. 그러나 젊은 세대인 B는 2008년만 소득대체율이 50%로 계산되고 그 이후로는 점점 낮아져 20년 뒤인 2028년 이후는 40%의 소득대체율로 연금액이 계산된다. 즉, 국민연금에 늦게 가입한 현재 32살인 B는 국민연금 초기 가입자인 현재 60살인 A보다 더 많은 보험료를 내지만 연금은 더 적게 받아간다. 보험료는 계속 올려왔고 연금액은 계속 깎는 연금개혁을 해왔기 때문이다. 젊은 세대가 불만을 가질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세대간의 불공평을 '수익비'라는 수치로 표현해 보자. 필자가 연재글 5번에서 설명한 것처럼 '수익비'는 보험료로 낸 돈 총액과 받게되는 연금 총액의 크기를 비교하는 것이다. 가령 보험료 낸 돈 총액이 5천만원인데 연금으로 5천만원을 받으면 수익비가 1이 된다. 즉 손해도 보지 않고 이득도 보지 않는 것이다. 만약 보험료로 총 5천만원을 냈는데 장수해서 총 1억원의 연금을 받는다면 수익비가 2가된다. 즉 낸 돈의 2배를 받는 것이다. 물론 일찍 사망하면 낸 돈보다 더 적게 받아 수익비는 1보다 작아진다.
국민연금 초기 가입자와 나중에 가입한 사람의 수익비는 차이가 난다. 기존의 보고서에서 간단히 3명의 사례를 비교해 보자 (최기홍 외 <국민연금의 세대간 회계>, 2012년, 국민연금연구원). 이 보고서에는 1988년 국민연금이 시작할 당시 40세였고 현재 65세인 1948년생 '갑'의 수익비는 3.61, 현재 45세인 1968년생 '을'의 수익비는 2.20, 그리고 현재 23세인 1990년생 '병'의 수익비는 2.02로 계산하고 있다. 즉 완전초기 가입자인 '갑'은 낸 보험료의 3.61배를 연금으로 타는 반면, 앞으로 가입하게 될 23세의 '병'은 낸 보험료의 2.02배의 연금을 타가게 된다.
2013년 올해 태어난 아이는 연금액이 더 인하되기 때문에 23살인 '병'보다 수익비가 더 떨어진다. 즉, 세대별로 보면 50대 이상의 기성세대들은 국민연금에서 많은 혜택을 보는 반면 현재의 젊은 세대와 어린이들, 그리고 아직 태어나지 않은 세대는 기성세대만큼의 혜택을 보지 못한다. 2030년 이후 태어나게 될 세대는 2060년에 기금이 고갈되기 때문에 현재의 젊은 세대보다 더 많은 보험료와 세금을 부담해야 한다.
이처럼 국민연금의 보험료와 연금계산구조가 현재의 젊은 세대 그리고 앞으로 태어나지 않은 미래세대에게 더 불리하게 되어 있다. 앞의 5번 연재글에서 설명한 것처럼 국민연금은 평균적인 수익비가 2에 근접하기 때문에(1.8) 누구나 낸 보험료보다 더 많은 연금을 타게 된다. 그리고 수익비 1을 넘는 부분은 미래세대들의 보험료와 조세로 부담하게 되어 있다.
이처럼 세대간에 보험료 부담과 연금액이 불공평하게 배분되는 현행 국민연금구조를 두고 대부분의 학자들은 기성세대가 미래세대를 '갈취'하는 제도라고 인식한다. 즉 투표권 없어 정책결정에 영향력을 발휘할 수도 없는 젊은 세대, 그리고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미래세대들에게 기성세대의 연금부담을 떠넘긴 부도덕한 구조이기 때문에 국민연금은 후세대를 '갈취'하는 제도라는 것이다.
이처럼 후세대 '갈취론'의 입장에 선다면 해결책은 명확하다. 기성세대 혹은 우리세대가 연금을 덜 받고(연금액 인하), 보험료를 더 내면 세대간에 불공평한 문제는 해결된다는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1997년과 2007년에 국민연금법을 개정하여 보험료를 인상하고(보험료율3%→9%) 연금액을 깎은 것은 (소득대체율70%→40%) 후세대의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기성세대가 해야 할 일을 한 것으로 매우 '도적적인'개혁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기성세대의 국민연금이 최저생계비에도 못 미치는 형편 없는 수준으로 전락해도 이것은 미래세대의 불공평한 부담을 줄이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기성세대가 감내해야 될 몫이라는 주장이 성립된다.
그렇다면 국민연금이 과연 미래세대의 '갈취'에 기반한 부도덕한 제도일까? 나는 이관점이 잘못되었다는 점을 지속적으로 제기해왔다. 오히려 '갈취론'과는 정반대로 미래세대가 보험료와 조세를 더 부담하여 기성세대를 부양하는 것이 세대간 노인부양의 공평한 부담이며 이것이 세대간의 연대를 실현하는 방법이라는 것이 주장의 핵심이다.
현행 국민연금구조를 '갈취'로 보느냐 아니면 '연대'로 보느냐에 따라 연금개혁 방향이 달라진다. 진보진영은 이 문제에 대한 확실한 입장이 없다. 일부는 '갈취'론에 입각해 개혁방향을 제시한다. 가령 연금재정의 건전성과 후세대 부담 완화를 연금을 인하하고 보험료를 인상하자는 참여정부의 연금개혁논리가 대표적이다. 일부 단체는 연금은 깎지 말고 보험료는 인상하지 말자는 모순된 논리를 펴고 있다. 진보는 관점 없이 우왕좌왕하는 꼴이다. '갈취'인가 '연대'인가라는 관점은 절충의 여지가 없으며 한쪽입장을 선택해야 한다. 과연 어느 관점을 택해야 할까?
기성세대'이중부담', 해결하는 방법은?
나는 기성세대가 젊은세대, 그리고 태어나지 않은 미래세대보다 적은 보험료를 부담하고 많은 연금을 타가는 구조가 세대간의 '갈취'가 아니라 정당한 세대간 '연대'라고 본다. 두가지의 중요한 논리적 근거가 있다.
첫째는 기성세대의 '이중부담'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앞에서 예로 든 세대별 국민연금 '수익비'는 국민연금에 낸 보험료와 타는 연금액만 계산한 것으로 가족단위에서 사적으로 행해지는 노인들에 대한 생활비나 용돈지급은 게산하지 않은 것이다. 가령 월 소득 200만원인 40살의 홍길동이 국민연금을 타지 못해 생활비가 없는 65세 부모에게 한달에 20만원을 매달 보내드린다고 하자. 그러면 홍길동은 노인부양비로 원급의 10%(20만원)을 지출하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본인의 노후를 위해 국민연금 보험료 9%를 지출하고 있으니 홍길동은 노인부양비로 19%를 지출하고 있는 것이 된다.
역사적으로 농업사회에서 산업사회로 이행해가는 시점에서 특정세대는 홍길동처럼 구조적으로 공적연금에 가입할 수 없었던 부모를 사적으로 부양해야 하고, 본인의 노후를 위해서도 보험료를 내야 하는 '이중부담'에 직면한다. 이것은 피해갈 수 없는 구조이다. 이것을 피해가려면 부모의 노후를 포기하거나 아니면 본인의 노후를 포기해야 하나다. 현재 한국에서 경제활동을 하는 30대 중반이상 40대, 50대 대부분은 홍길동처럼 부모에게 사적으로 생활비를 드리고 본인의 연금보험료도 내는 '이중부담'을 하고 있다.
하지만 홍길동의 자식세대는 홍길동이 부모에게 드렸던 사적인 생활비를 안 주거나 혹은 적게 주어도 된다. 왜냐하면 홍길동은 그 부모와는 달리 국민연금을 받아 어느정도 최소한의 노후생활비를 충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홍길동의 자식은 아무리 보험료가 올라도 홀길동이 노인부양비로 부담한 19%(부모 생활비 10%와 본인 보험료9%)보다는 적은 부담을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홍길동의 자식이 홍길동의 과도한 노인부양부담을 '분담'하는 것이 세대간 공평에 부합하는 것이다. 즉 현재의 40-50대가 이중부담을 홀로 짊어져야 할 아무런 근거가 없는 셈이다.
홍길동의 자식이 홍길동의 이중부담 문제를 '분담'하는 것은 수익비가 1을 넘어가는 부분, 즉 홍길동이 낸 보험료보다 더 많은 연금을 타가는 부분을 부담하는 것이다. 홍길동의 자식 혹은 홍길동의 손자인 미래세대가 보험료 혹은 조세 부담을 통해 기성세대들의 연금 부족분을 충당하는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미래세대의 부담을 전제로 설계된 국민연금은 미래세대의 '갈취'가 아니라 기성세대의 '이중부담' 문제를 합리적으로 '분담'하는 것이다. 즉 미래세대의 추가적인 노인부양비 부담은 그 세대가 역사적으로 짊어져야 할 정당한 노인부양의 '몫'이지 '갈취'라고 보기 어려운 것이다.
두 번째로 지적할 것은 현행 국민연금제도는 후세대의 부담을 상당히 완화시키는 재정운용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국민연금이 처음 시행된 1988년에 65세 이상 노인인구수는 약 200만명이었다. 만약 1988년에 국민연금을 시작할 때 연금기금을 적립하는 방식이 아니라 독일식으로 당해 년도에 보험료를 걷어 당해 년도에 노인들에게 연금을 주는 방식('부과방식'이라 함)으로 연금제도를 시행했다고 해보자. 즉 1988년에 200만명의 노인들에게 연금을 주기 위해 그 당시의 경제활동인구에서 가령 5조원을 걷어서 모두 연금으로 주고 한푼의 적립금도 쌓아놓지 않았다고 해보자.
그러면 해마다 필요한 돈을 해마다 걷어서 주기 때문에 현재의 젊은 세대들은 2013년 현재 약 570만명에 이르는 노인들의 연금을 주기 위해 상당한 보험료 부담을 해야 했을 것이다. 하지만 국민연금은 독일식으로 출발하지 않았고 기금을 상당부분 쌓아놓는 방식으로 시작했다(이를 '수정적립방식'이라고 함). 처음부터 돈을 쌓아놓는 방식으로 출발했기 때문에 적어도 현재까지는 젊은 세대의 추가적인 보험료 인상 없이 쌓아놓은 기금에서 연금을 지급받고 있는 것이다(2012년에 약 30조원의 보험료가 걷혔지만 연금으로 나간 돈은 11.5조원이었다.)
2012년말 현재 국민연금기금이 400조원이 쌓여있다. 그런데 이중 170조원이 주식과 채권투자에서 벌어드린 투자수익금이다. 만약 1988년에 독일식으로 연금제도를 시행했다면 적립금도 없었기 때문에 170조원의 투자수익금은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 1988년에 돈을 쌓아두는 방식으로 국민연금을 시작했기 때문에 기성세대는 이중부담문제에 더 강하게 노출되었지만 덕분에 170조원의 수익금이 발생하였다. 이것은 기성세대가 170조원 정도의 후세대 부담을 줄여주었다는 의미를 갖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현행 국민연금제도가 일방적으로 후세대의 부담을 강요하거나 '갈취'하는 제도가 아니라는 점이다.
후세대의 추가적 부담은 정당하다
조세방식의 기초노령연금의 도입은 40-50대에게 이중부담 문제를 더 악화시킨 측면이 있다. 기성세대는 부모에 대한 생활비 지급, 보인의 노후를 위한 연금보험료 납부, 여기에 기초노령연금 지급을 위해 세금을 납부해야 한다. '이중부담'이 아니라 '삼중부담'인 것이다. 물론 기초노령연금이 지급되면 사적인 생활비 지급을 줄일 수 있기 때문에 40-50대의 사적부담이 감소되어 '삼중부담'표현이 과장될 수 있다. 하지만 여전히 이중부담의 짊을 지고 있는 것은 명백하다.
정리하자면 국민연금에서 젊은세대 혹은 미래세대가 불공평한 대접을 받고 있다는 것은 40-50대의 '이중부담'문제와 돈을 쌓아둔 국민연금의 재정운용방식을 고려하면 진실에 부합하지 않는다. 오히려 현재의 젊은세대와 태어나지 않은 미래세대는 현재의40-50대의 노후를 위해 추가적인 부담을 해야 하는 것이 세대간에 노인부양의 공평한 부담이 된다. 즉 젊은 세대일수록 수익비가 떨어지게 설계된 국민연금구조는 미래세대의 '갈취'가 아니라 세대간의 노인부양비 분담을 위한 합리적 선택이었고, 이논리는 바로 세대간 '연대'라고 칭할 수 있다.
젊은세대와 미래세대는 기성세대가 누린 일자리도 없고 비정규직 신세를 벗어나지 못한다고 항변할 수 있다. '연대'도 좋지만 생활이 너무 힘들다는 젊은 세대의 항의를 소화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앞으로 GDP의 50%에 육박하게 될 수백조원의 국민연금기금을 젊은세대와 미래세대의 생활을 안정시킬 수 있는 방향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수백조원의 국민연금기금으로 국공립어린집 확충과 젊은 부부들이 저렴하게 살수 있는 공공주택을 대량으로 건설하면 젊은 세대에게 많은 이득을 줄 수 있다. 국민연금기금을 이렇게 사회적인 목적으로 투자하는 방법은 다음 기회에 자세히 다루기로 하자.
현재 50대 연령층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수백만명의 베이이부머들이 대량으로 은퇴하고 역사속으로 사라지려면 앞으로 30-40년의 시간이 걸린다. 그 기간동안 젊은세대와 미래세대들은 이들을 어떤 방식으로든 부양해야 한다. 누차 주장한 것처럼 베이비부머를 포함한 노인들에게 연금을 지급하기 위해 젊은세대의 허리가 휘어질 것이라는 주장은 객관적 증거가 부족하고 매우 과장되어 있다.
연금이 아니라 노인의료비와 요양비용의 상승이 젊은세대에게 더 무거운 부담이 될 가능성이 높다. 2010년 기준으로 한국의 의료비 지출은 GDP대비 6.9%(공공지출 4.0%, 민간지출 2.9%)로 OECD평균 9.6%에 비해 아직 낮은 편이다. 하지만 의료비 증가속도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2000년부터 2009년까지 10년간 한국의 1인당 의료비 지출 상승율은 8.6%로 OECD 평균 4.0% 비해 2배이상 높다. 미국처럼 의료비 지출이 GDP의 18%에 육박하면 젊은세대의 허리가 휘어질 것이다.
국민연금은 너무 많이 깎아 놓아 더 이상 깎을 것도 없다. 이 글에서 설명한 것처럼 현행 연금에서 기성세대가 할 몫을 충분히 했으며 나머지는 후세대가 더 부담하는 것이 타당하다. 미래세대의 노인부양 부담을 진정으로 걱정하면 연금이 아니라 의료비가 적정한 수준으로 관리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이것이 미래세대에게 짐을 넘겨주지 않기 위해 현재의 기성세대가 해결해야 할 역사적 의무일 것이다.
끝장난 20만원 공약, 20~40대 노후보장도 끝났다
[김연명의 연금이야기⑦] '국민행복연금위원회'의 연금 삭감안 대해부
'국민행복연금위원회'(이하'행복위')가 지난 17일 기초연금 개선 '합의문'이란 것을 발표하였다. 단순하게 말하면 이 안은 현재의 20대-40대의 연금액을 약 30%정도 대폭 삭감한 실질적인 연금 삭감안이다. 진보정부인 참여정부가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을 60%에서 40%로 33.3%대폭 삭감한 것에 이어 역사상 두 번째의 대규모의 연금 삭감에 해당된다. 연금 삭감의 피해는 지금의 20대-40대에게 집중된다. 청장년층의 노후가 극도로 불안해진 것이다.
때문에 '행복위'안은 '국민행복연금'이 아니고 청장년층의 품위있는 노후생활에 대한 꿈을 완전히 거세한 '청장년불행연금'으로 불러야 한다. 이제 국가는 더 이상 국민 개개인의 '최소한'의 품위있는 노후를 보장해주지 않는다. 한국 사회는 무슨 방법으로든 국민 각자가 알아서 노후준비를 해야 하는 노후준비의 '약육강식' 사회로 변해버리게 된다. 더불어 민주진보진영의 꿈꿔 온 '복지국가 한국'이라는 전망은 이제 쓰레기통에 버려야 한다.
'합의문'이 아닌 무책임한 '이견문'
박근혜 정부 국민행복연금위원회 '합의문'
위원회는 현 세대 어르신의 빈곤 문제를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해결하면서,
장기적인 관점에서 미래세대에게 과도한 부담을 지우지 않으며
몇십년 후까지 재원을 충당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기초연금 제도를 마련하고자 하였습니다.
이에 따라 다양한 기초연금 도입안을 검토하였고, 다음과 같은 사항을 합의하였습니다.
첫째, 기초연금의 재원은 전액 조세로 조달하고, 국민연금기금은 사용하지 않는다.
둘째, 제도의 명칭은 기초연금이 적절하다.
셋째, 기초연금 대상자는 노인의 70%(소득기준 또는 인구기준) 또는 80%수준으로 한다.
넷째, 연금액은 최고 20만원(A값의 10%수준)범위 내에서 정액 또는 차등지급한다.
다섯째, 차등지급하는 경우 기준은 소득인정액 또는 공적연금액으로 한다.
여섯째, 기초연금 도입이 국민연금 제도 발전과 노인복지 향상에 기여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일곱째, 기초연금의 지급 시기는 2014년 7월로 한다.
정부는 국민행복연금위원회 논의 결과를 토대로 각 안별 비교 검토, 소요 재정 추계 등
심층적 분석을 통해 지속가능한 기초연금 방안을 8월 중에 발표할 예정이다.
'행복위'에서 발표한 내용은 한국 공적연금제도의 미래와 한국 복지국가의 전망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게 될 핵심 사안에 대해 이견을 드러낸 '이견문'이지 '합의문'이 아니다. 특히 "연금액은 최고 20만원(A값-국민연금 전체가입자의 3년간 평균소득으로 약 200만원-의 10%수준) 범위 내에서 정액 또는 차등지급한다" 그리고 "차등지급하는 경우 기준은 소득인정액 또는 공적연금액으로 한다"는 네 번째와 다섯 번째 항목에 매우 중요한 이견이 담겨 있다.
노인의 70~80%에게 약 20만원의 정액 연금을 주면 기초연금은 보편주의적 수당이 되어 공적연금의 보편성이 강화된다. 하지만 소득인정액이나 공적연금액(정확히는 국민연금의 '균등부분' 연금액을 말하는데 뒤에서 설명함)과 연동시켜 기초연금을 차등지급하면 대부분의 국민연금 수급자는 기초연금에서 제외되고 국민연금이 없는 저소득층 노인만 기초연금을 받게 된다. 이 경우 기초연금은 가난한 노인만 받는 선별주의적 수당으로 성격이 바뀌어 '빈곤노인수당'이 된다.
기초연금에서 '정액'지급과 '차등'지급 중 어느 것을 택하는가에 따라 특히 차등지급의 기준이 무엇인가에 따라 한국의 공적연금제도는 그 성격이 완전히 달라진다. 정권 초기 인수위원회 안은 20만원의 기초연금액 중 14만원은 70%의 노인에게 기본으로 모두 깔아주고 나머지 6만원을 국민연금 가입기간과 연계시키는 부분연계방안이었다. 하지만 이번에 '행복위'안은 기초연금액 20만원 전액을 사실상 가입기간과 완전연계시키는 방안이다. 이것은 국민연금 수급자와 액수가 늘어날수록 기초연금은 줄어드는 구조로 사실상 기초연금을 무력화시키고 연금을 삭감하는 효과로 나타난다.
이렇게 중요한 사안을 각계를 대표하는 위원회에서 결정하지 못하고 "'정액' 또는 '차등' 지급한다"는 내용의 '합의문'을 발표한 것은 "정부 마음대로 하세요"라고 백지수표를 준 것과 같다. 비유하자면 국회에서 여야가 모여 "대한민국의 사회체제는 사회주의 '또는' 자본주의로 한다"는 말도 안되는 내용을 합의문이란 이름으로 발표하고 "정부가 알아서 결정하세요"라고 위임한 것과 똑같다. 제대로 된 위원회라면 '정액' 또는 '차등지급'은 위원회에서 합의가 안된 매우 중요한 미합의 사항이라고 선을 그었어야 했다. 무책임한 희대의 코미디가 아닐 수 없다.
'행복위'의 기초연금개선안은 대통령선거를 다시 해야 한다고 주장해도 될 만큼의 중대한 선거공약 위반이다. 취임한 지 얼마나 지나다고 전국민에게 했던 약속을 이렇게 '용감하게' 헌신짝처럼 져버리는지 참으로 기가 막힐 따름이다. 더 중요한 것은 '행복위'의 개선안이 그대로 시행되면 우리 나라 공적연금제도는 지금의 20~40대에게 품위있는 노후보장은 고사하고 최소한의 노후생계보장 기능도 못하게 된다. 더 나아가 한국이 유럽과 같은 복지국가로 나갈 수 있는 싹을 아예 잘라버리게 되는 것이다. 기초연금 개선안이 왜 이렇게 중요한 의미를 갖는지 살펴보자.
기초연금 차등지급의 원리
이번에 '합의문'이란 그럴 듯한 화장을 하고 발표된 안의 골자는 이렇다. 기초연금 지급 대상은 전체 노인의 70~80%로 하여 소득 상위 20%~30% 노인은 제외한다는 내용이다.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인구를 약 600만명으로 잡으면 420만명(70%) 혹은 480만명(80%)에게만 기초연금을 지급하겠다는 것이다. 부자노인들이나 공무원, 군인연금 등을 받는 노인분들은 소득이 어느 정도 있으니 이분들을 제외시키는 것은 그럴 수 있다고 치자. 문제는 420만명 혹은 480만명에게 지급되는 기초연금이 정액인가 혹은 차등인가의 문제이다. 여기서 이번 안이 '청장년불행연금'인 이유가 나타난다.
전체 노인인구의 70%인 420만명에게 기초연금을 지급한다고 가정하자. 애초에 박근혜공약에 따르면 420만명 모두에게 정액으로 20만원씩 지급해야 한다. 그런데 합의문의 내용은 420만명 전원에게 20만원씩 지급할 수도 있고 아니면 소득수준에 따라 어떤 노인에게는 아예 안 주고 누구는 20만원, 누구는 15만원, 누구는 10만원씩 차등지급을 할 수도 있다. 어떻게 할지는 정부가 정하라는 것이다. 정부의 입장은 뻔하다. 합의문에 나온 것처럼 ①공적연금(국민연금의 균등부분 금액)을 받는 액수 혹은 ②소득인정액 정도에 따라 기초연금을 차등지급할 것이다. 차등지급이 돈이 적게 들기 때문이다.
공적연금 액수에 따라 기초연금을 차등지급하겠다는 것은 국민연금액에 따라 기초연금을 안주거나 혹은 덜 주겠다는 것이다. 이 방안은 그동안 그렇게 많은 비난을 들어온 국민연금 가입기간에 따라 기초연금을 차등지급하겠다는 인수위원회의 방안보다 대폭 후퇴한 내용이다. 왜 그런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국민연금액 산정공식을 이해해야 한다(연금계산 공식에 대해서는 김연명의 연금이야기 3회 '국민연금계산법의 비밀'을 참고하기 바란다).
국민연금액은 국민연금 전체가입자의 지난 3년간 평균소득(A값), 개인의 생애평균소득(B값), 그리고 보험료를 납부한 기간(n값)에 따라 결정된다.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이 40%로 완전히 떨어지는 2028년 이후 가입한 홍길동의 예를 들어 보자. 홍길동이 2028년 이후 25년간 연금보험료를 납부했고(n값) 그 기간 동안 평균 월급이 현재가치로 200만원이라고 하자(B값). 홍길동의 평균 월급 200만원은 2013년 현재 국민연금 가입자 2천만명의 지난 3년간의 평균소득(A값)과 거의 동일하다.
즉, 홍길동은 국민연금에 가입한 기간 동안 가장 평균적인 월급을 받는 사람이다. 이 경우 홍길동의 최초 국민연금액은 평균월급 200만원의 25%인 50만원이 된다(위 그림 참조). 홍길동 국민연금 가입기간을 25년으로 잡은 것은 40년 동안 보험료를 내는 사람은 거의 없으며 평균 25년 정도 가입하기 때문이다.
홍길동의 보험료 납부 기간이 변하면 연금액도 변동된다. 만약 15년만 보험료를 납부했다면 B값 200만원의 15%인 30만원을, 35년을 가입했다면 200만원의 34%인 70만원을 평생 국민연금으로 받게 된다. 그런데 홍길동의 연금액을 분해하면 50%는 전채 가입자의 평균소득인 A값에서 계산되어 나온 것이다(이를 '균등부분'이라 함) 나머지 50%는 자기소득의 편균액인 B값에서 계산되어 나온 것이다(이를 '소득비례부분'이라함). 가령 홍길동의 구민연금액이 30만원이면 15만원은 A값에서 나온 '균등부분'이고 나머지 15만원은 B값에서 나온 '소득비례부분'에 해당된다.평
균소득자인 홍길동이 만약 20년만 국민연금에 가입했으면 국민연금액은 40만원이 되는데 20만원은 '균등부분'이고 나머지 20만원은 '소득비례부분'에 해당된다. 홍길동은 전체 국민연금 가입자 중 가장 평균적 소득을 가진 사람이기 때문에 그의 연금액은 무조건 균등부분과 소득비례부분의 비중이 50:50이 된다. 그러나 고소득층은 소득비례부분의 비중이 더 커지고 저소득층은 균등부분의 비중이 더 커진다. 가령 최저소득층인 23만원 소득자가 20년을 국민연금에 가입할 경우 연금액은 23만원이 되는데 균등부분이 20만원을 차지하고 3만원만 소득비례부분에 해당된다.
여기서 논란의 핵심인 기초연금액 20만원을 다시 복기해보자. 20만원은 박근혜 후보가 모든 노인에게 주겠다고 한 바로 그 금액이다. 그럼 왜 하필 20만원일까? 기초노령연금이 처음 시작된 2008년에 노인들에게 월 8만 4000원의 기초노령연금이 지급되었다. 이 금액은 2008년 국민연금 전체가입자의 평균소득인 A값 168만원의 5%에 해당되는 금액이었다.
기초노령연급법에는 연금액을 A값의 5%에서 시작하여 2028년까지 단계적으로 10%로 인상하게 되어 있다. 2013년에 A값에 5%에 해당되는 기초노령연금액은 9만 7100원이고 이를 편의상 10만원이라고 부른다. 2013년 기준으로 기초노령연금을 A값의 10%로 인상하면 대략 20만원이 된다. 박근혜후보가 약속한 20만원은 바로 국민연금 전체 가입자 평균소득(A값)의 10%를 대중들이 이해하기 쉽게 부른 것이다.
국민연금 장기가입자는 기초연금 제외, 과연 맞나
국민연금액에 따라 기초연금을 차등지급한다는 의미를 다시 정리해 보자. 홍길동이 20년을 국민연금에 가입하면 연금액은 40만원이고 이중 20만원은 균등부분, 나머지 20만원은 '소득비례부분'이다. 그런데 현재 A값의 5%인 10만원의 기초연금액을 10%로 올리면 20만원이 되므로 기초연금액은 홍길동의 국민연금액 40만원 중 균등부분 액수 20만원과 정확히 일치한다.
기초연금을 국민연금액에 따라 '차등지급'한다는 것은 바로 국민연금액 중 균등부분의 금액이 A값의 10%를 넘어가면 기초연금을 아예 지급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즉, 홍길동의 국민연금액 중 균등부분에 해당되는 20만원은 국민연금 가입자의 평균소득인 A값의 10%인 20만원과 일치하므로 홍길동은 평생동안 기초연금을 못 받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국민연금 가입기간이 20년이 안된 사람은 얼마나 기초연금을 받게 될까? 국민연금은 10년 이상을 부어야 연금을 탈수 있는 자격이 생긴다. 9년 11개월을 납부하면 10년을 채우지 못하므로 나중에 낸 보험료에 이자를 붙여 목돈으로 돌려받는다. 결국 국민연금을 한 푼도 받지 못하게 된다.
국민연금 가입기간 10년을 채우지 못한 노인들은 현재 가치로 20만원의 기초연금을 받게 된다. 가입기간이 10년-20년 사이에 있는 경우는 국민연금 균등부분이 20만원에 모자라는 부분만 차액으로 지급된다. 가령 균등부분 금액이 18만원이면 2만원을 더 주고, 12만원이면 8만원을 더 주는 방식이다. 그러나 국민연금 가입기간이 짧은 사람은 저소득층일 가능성이 높고 이들은 균등부분의 비중이 크기 때문에 소액의 기초연금만을 받게될 것이다.즉, 저소득층도 실질적으로 연금액이 삭감되는 것이다.
정리하면 기초연금을 국민연금의 균등부분에 따라 차등지급하면 현재 20-40대 인구중 평균적인 월급을 받는 사람조차도 기초연금을 하나도 받지 못하고 가입기간이 10-20년 사이인 저소득층의 경우도 소액의 기초연금만 받게 될 것이다. 아예 국민연금에 가입하지 않은 사람은 20만원을 받게 된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행복위'안이 국민연금의 장기 가입 유인을 저해하게고, 현재 보험료를 납부하지 않는 약 600만명의 장기체납자와 납부예외자는 보험료를 내지 않는 것이 더 이익이 될 수 있어 국민연금 사각지대를 더 크게 만들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즉, 기초연금을 국민연금액에 따라 연동하여 지급하면 국민연금의 근간이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20-40대, 실질적인 연금 삭감으로 이어져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현행 기초노령연금법은 기초노령연금액을 2028년까지 단계적으로 인상하여 2028년이 되면 A값의 10%가 되는 금액(현재가치로 20만원)을 지급하게 되어 있다. 박근혜 후보의 공약은 앞으로 15년 뒤인 2028년에 지급되게 되어 있는 A값의 10%를 집권하면 곧 바로 지급하겠다는 것이었다. 즉, 기초노령연금 인상 시기를 15년 앞당기는 내용이었다.
그렇다면 기초연금액을 국민연금액에 따라 차등지급하면 왜 연금이 대폭 삭감되는 효과가 나타날까? 앞에서 국민연금 가입기간이 20년을 초과하면 국민연금의 균등부분 금액이 A값의 10%를 넘게되 기초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점을 설명하였다.
만약 '행복위'안이 시행되지 않는다면 현행 기초노령연금법에 의해 2028년이 되면 상당수의 노인들은 현재가치로 20만원의 기초연금을 받게 된다. 즉, 국민연금을 많이 받아 소득 상위 30%에 속한 노인을 제외하면 대다수의 국민연금 수급자는 기초연금 20만원을 추가적으로 받게 된다. 그런데 기초연금을 균등부분 금액과 연결시켜 차등지급하면 상당수의 노인들이 기초연금을 못받게 되므로 실질적으로 연금이 삭감되는 셈이다.
현재의 20대-40대 인구층의 대부분은 경제활동을 시작할 때 이미 국민연금이 시행되고 있었다. 따라서 이들은 국민연금 가입기간이 대부분 20년을 넘어설 것이며 결국 기초연금의 지급대상에서 제외되는 것이다. 즉 전체 국민연금 가입자의 평균소득 10%에 해당되는 만큼의 연금이 삭감되는 것이다.
가령 앞에서 예를 든 가장 평균적인 소득을 벌어들인 홍길동이 25년간 국민연금에 가입하면 그의 국민연금액은 50만원이 되는데 '행복위' 안이 시행되지 않으면 국민연금 50만원에 기초연금 20만원을 받아 총 70만원의 연금을 받게 된다. 그런데 '행복위'안이 시행되면 홍길동은 기초연금 20만원을 못받고 국민연금 50만원만 받게된다. 연금액이 실질적으로 약 30% 정도 삭감되는 셈이다. 이것이 '행복위'안이 실질적인 연금삭감안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한마디로 지금의 20-40대 청장년층의 노후보장이 극히 불안해 지는 것이다.
소득인정액을 기준으로 해도 연금 삭감
'합의문'에는 기초연금을 국민연금액이 아닌 소득인정액을 기준으로 차등지급하는 경우의 수도 제시하고 있다. 소득인정액은 정부가 노인의 소득을 추정하여 기초연금을 지급하는 기준이 되는 소득을 의미한다. 2013년에 기초연금 지급 대상 선정 기준액은 소득인정액이 노인단독가구는 월 78만원, 부부노인은 125만원이다. 즉, 부부노인의 경우 소득인정액이 125만원 이하이면 소득하위 70%에 속해 기초노령연금을 지급받고 이를 초과하면 지급대상에서 제외된다.
그런데 소득인정액은 ① 실제 발생되는 소득 즉, 근로소득, 사업소득, 금융소득 그리고 국민연금소득 등을 합산한 금액과 ② 소득이 발생된다고 가정하는 아파트, 토지 등의 재산을 소득으로 환산한 금액을 합산한 것이다. 가령 시가 2억원짜리 아파트를 대도시에 소유하고 있으면 1억원을 공제하고 나머지 1억원을 연리 5%의 소득이 발생된다고 가정하여 월 42만원의 소득으로 환산한다((1억원×0.05)/12개월=약 42만원). 가령 노인부부가구의 실제 발생 소득이 월 40만원이고 재산을 소득으로 환산한 소득이 42만원이면 소득인정액이 총 82만원이 되어 기초연금의 지급 대상이 된다.
소득인정액을 기초연금의 차등지급 기준으로 할 경우에도 국민연금 장기가입자는 기초연금을 못받고 청장년층의 실질적인 연금 삭감이 이루어지는 것일까? 정확한 자료분석이 필요하지만 원리적으로 보면 그럴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
첫 번째 이유는 앞으로 노인소득의 대부분은 국민연금소득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실제 2012년에 기초노령연금 수급대상자 393만명 중 실제 소득이 있는 노인이 162만명 정도 되는데 이중 102만명이 국민연금 수급자에 해당된다. 시간이 갈수록 국민연금 수급자가 늘어나 소득인정액에서 차지하는 국민연금의 비중이 높아질 것이기 때문에 국민연금 장기가입자가 기초연금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둘째, 국민연금에 오래 가입한다는 것은 직업이 안정되어 있고 보험료를 납부할 소득이 장기간 발생한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그만큼 재산축적의 기회가 높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국민연금액이 높을수록 재산축적액이 높고 따라서 국민연금 장기가입자가 기초연금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청장년층 노후불안 극심해진다
현재 그리고 미래의 저소득노인들은 20만원이라는 적지 않은 덕을 볼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누구나 권리로서 떳떳하게 받는 보편적 수당이 아니라 못사는 노인들만이 받는 낙인감이 담긴 '빈곤노인수당'이 될 것이다. 확실히 덕을 보는 쪽은 공적연금의 기능이 약화되어 반사이익을 얻게 될 민간보험회사가 될 가능성이 높다. 정부가 국민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너무나 분명하다.
"정부는 여러분의 품위있는 노후를 절대 보장하지 못합니다. 민간보험을 들건 부동산 투자를 하건 아니면 저축을 하건 알아서 각자 노후준비 하세요!"
'행복위'의 안이 그대로 시행되면 한국의 공적연금은 '부관참시'를 당하는 꼴이 된다. 그리고 한국이 제대로 된 복지국가로 갈 수 있는 희미한 싹마저 싹둑 잘리는 것이다. 즉, 한국이 유럽과 같은 복지국가로 갈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지고 지난 몇 년간 우리 사회에서 꽃 피웠던 복지국가 담론은 그야말로 일장춘몽이 된다. '행복위'가 한국 복지국가의 희망에 조종을 울렸다고 보아야 한다. 도대체 '행복위'와 복지국가 건설에 앞장 서야할 '보건복지부'는 자신들이 무슨 일을 했는지 알고나 있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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